가루지기 <341>옥녀도 자기 아랫녁이 무서웠다
가루지기 <341>옥녀도 자기 아랫녁이 무서웠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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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78>

“기언시 내가 사내 하나럴 또 잡아 묵었구나. 앞길이 구만리겉은 사내 하나를 고태골로 보냈구나. 병신겉은 놈. 그리도 당당허더니. 살풀이 몇 번 만에 고태골로 가.”

옥녀는 생각할수록 허퉁스러웠다. 이부자한테 논문서를 돌려주고 그 남정네와 한 이불 덮고 살자던 약조가 깨진 것도 허망했지만, 만나는 사내마다 고태골로 보내는 제 몸의 아랫녁이 무서웠다.

“부처님. 인자 속이 씨언허시요. 애먼 남정네 하나를 기언시 고태골로 보내뿔고 난깨 속이 씨언허시요.”

옥녀가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넉두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부처님은 아무 말도 없이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그만 웃으씨요. 사람이 죽었다는디. 멋이 좋다고 헤허니 웃고만 있소. 원망시럽구만요. 이년언 그래도 부처님언 믿었는디. 그 남정네헌테 아무 일도 안 생기게 해돌라고 그리 빌었는디. 이 년의 존 말만 귀양얼 보내뿌렀소이. 인자넌 부처님언 안 믿을라요. 콩으로 메주럴 쑨다고해도 부처님 말씸언 안 믿을라요. 이 년이 그런다고 나무래지 마시씨요이.”

옥녀가 입속으로 횡설수설 중언부언하고 있는데. 가사와 장삼으로 정장을 한 주지 스님이 법당으로 들어왔다. 발소리를 듣고 절 하는 시늉을 하고 있는 옥녀를 무시하고 주지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웠다.

옥녀가 주지 스님의 염불에 맞추어 절을 했다. 허리가 시큰둥할 때까지 절을 했다. 두 눈을 감고 무심한 얼굴로 염불에 열중하는 스님을 흘끔거리며 “하이고. 부처님. 제발 적선에 이 년헌테 아덜 자석 하나만 점지해 주시씨요.”하고 가끔은 스님이 듣도록 중얼거리며 절을 했다.

그 동안의 게으름을 보충하려는 것일까. 주지 스님도 낮이나 밤이나 부처님 앞에서 운봉사는 전주 이씨 가문에 아들을 점지해달라고 염불을 외웠다.

운봉 이부자네 집에서 가마가 온 것은 죽을둥 살둥 절을 한 덕택에 허리가 시큰거린 옥녀가 주먹으로 옆구리를 토닥이며 인자넌 쎄려 쥑인대도 절언 한 자리도 더 못허겄소. 하고 뒤로 나 앉을 때였다.

"내 발로 걸어가도 되는디. 멀라고 왔소."

옥녀가 얼굴을 찡그리자. 늙은 머슴 박서방이 허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안방마님께서 보내셨구만요. 불편허지 않게 뫼셔오라고라우."

"성님도 참. 안 그래도 되는디."

"마님 말씸이 주지 시님께 날얼 받아오라고 허든디요이."

“날얼 받아라우?”

“합방허실 날짜럴 받아오라고 허시등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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