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과 가수 싸이
김기덕 감독과 가수 싸이
  • 박세훈
  • 승인 2012.10.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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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유명해진 두 사람이 있다. 한국의 영화감독 중에서 이단아로 불리던 김기덕 감독과 아이돌 가수가 판치는 가요시장에서 비주류 가수로 평가받던 가수 싸이가 바로 그들이다. 그간 이들은 한국에서 그 분야의 주류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여느 영화감독과는 다른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학력도 그렇고, 영화 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남다른 측면이 많다. 그리고 이미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베를린 영화제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여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명한 감독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흥행 면에서나 지명도가 외국에서만큼 그다지 높은 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 신작 「피에타」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여 다시 한번 영화감독으로서의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세계적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피에타”는 총 누적관객 59만 2848명으로 지난 3일 상영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천만이 넘는 최고 흥행작이 있어서 그 영화와 비교하면 흥행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계의 문외한으로서 영화의 작품성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흥행은 작품성보다는 다른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여서 뒷맛이 씁쓰름하다. 국제 영화제에서의 수상작이 국내에서의 흥행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유명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영화치고는 초라한 실적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는 또 하나의 인물이 가수 싸이이다. 천진난만한 '말춤'과 섹시한 엉덩이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강남에 살고 있는 부유층의 이국적 습성을 코믹하게 풍자한 내용의 뮤직 비디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가수 싸이를 일약 세계적인 가수로 만들었다. 그를 유명하게 한 유튜브 조회 수가 이미 4억건을 넘었다.

이는 2달여만의 기록으로 최단기간 신기록이며, 영국 UK차트나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의 1위 등극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노래를 모방해 만든 패러디 작품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전에서도 두 대통령 후보들이 싸이의 노래에 맞추어 말춤을 추는 홍보 영상을 만들어 표를 모으고 있다고 하니, 미국에서의 싸이의 인기 정도를 실감할 수 있다.

국내에서보다는 외국에서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두 사람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가치판단 기준과 세계에 통용되는 국제표준(global standard)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말로는 국제표준을 주장하며, 각급 교육기관도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적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인간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포용하는 국제표준에 못 미치는 후진적인 감각이나 기준을 가지고 예술품이나 사람을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본다.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에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비주류가 나라 밖에서는 주류로 평가받는 현실을 보면서, 자본이나 학력 및 권력 등에 잠식된 구태의연한 기준보다는 국제표준에 버금가는 더욱 세련된 감각이나 기준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아량을 가졌으면 한다. 최고는 아니지만, 언제가 그 빛을 발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비주류들의 반란을 또 만나고 싶다. 그들은 우리가 만든 편견에 의해 그간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거부감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게 봐주는 사회가 우리가 추구하는 성숙한 선진사회일 것이다. 선진사회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박세훈<전북대학교 기초교양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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