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생부기재, 처벌인가 교육인가?
학교폭력 학생부기재, 처벌인가 교육인가?
  • 이승우
  • 승인 2012.09.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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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사회에 학생들 간의 ‘집단따돌림(왕따)’이 생활지도 문제로 제기된 90년대 초반만 해도 교육의 일선에서는 학교 안에서 지도하고 선도할 수 있는 그야말로 ‘학교 안의 문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고착화되어 있는 학벌주의 사회 분위기와 이에 편승한 살인적인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사교육의 팽창으로 인한 공교육의 몰락, 학생인권의 신장과 교권의 실추 등은 학교폭력을 ‘학교 안의 문제’로 대처할 수 있는 교육계의 능력을 상실시키고 있다. 학생들 간의 집단따돌림 현상은 학교폭력으로 비화되고 있다. 경쟁체제의 학교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소속욕구의 좌절과 그에 따른 비관으로 문제행동의 이탈은 급기야는 청소년들을 자살로 몰고 있고, 급기야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적 분노 지점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학교폭력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훈령으로 지시했다.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학생부 기재를 통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폭력의 확산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교과부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훈령은 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즉 폭력사건 자체와 관련한 징계나 처벌 외에, 그 사실을 기재해 ‘낙인효과’를 낳는 과잉처벌이라는 것이다.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기의 일탈에 대해 너무 과한 처벌이 아니냐는 논리이다. 한 번의 사실 기록으로 인하여 학생들의 진학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였다. 특히 가해 사실을 초등학교, 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졸업 후 10년간 보존하게 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하여 어린 시절의 한 번의 잘못으로 입시와 취업에서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인권의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하여 개선을 권고 하였다.

교과부의 조치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있는 일부 시도 교육감과 인권위의 권고는 학교폭력을 처벌보다는 교육적으로 해결하라는 논리이다. 학교폭력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근절되어야 한다. 학생부에 학교폭력을 성인범죄 공소내용처럼 기재하여 그 예방의 극약처방을 해야 할 만큼 학교폭력이 만연되어 있는 문제의 심각성은 이해되지만, 교육에 있어서 처벌적 조치만 있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처벌 자체의 교육적 효과도 있겠지만, 처벌 이후에 가해학생들의 변화를 위해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가 합심하여 진지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그 결과 가해학생들의 개선여부에 따른 구제하는 등 교육적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생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의 발달상황에 대한 교육적 지도를 기록하는 곳이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교육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재는 하더라도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의 교육부 훈령이 위헌적이거나 비교육적 요소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바로 잡아 시행해야 한다. 개전의 정이 없을 때는 장래의 불이익을 전제로, 학교폭력의 문제 학생이 교육적으로 지도되고 선도되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나 ‘중간삭제 제도’를 만들어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낙인을 찍는 것보다는 반성하여 성장하고 발달하였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학생생활기록부의 교육적인 본연의 기재가 될 것이다.

<이 승 우(군장대총장, 전북교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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