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물리적 거세 - 출구가 있는 대책이 아쉽다
화학적·물리적 거세 - 출구가 있는 대책이 아쉽다
  • 김우영
  • 승인 2012.09.1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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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는 난폭해지고 있는 성범죄와 이에 대한 대책이다. 특히 최근 개인 주택에 침입하여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반항하는 평범한 가정 주부를 무참히 살해한 서진환 사건, 거실에서 잠자고 있는 7살 여자 아이를 납치하여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 등은 우리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바로 우리 이웃의 친숙한 평범한 사람들이 인면수심의 성범죄자,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짧은 기간 안에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흉포한 성범죄 사건들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형태로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음에도, 성범죄 예방을 위해 제안되는 대책들은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성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의 강화로서 형량을 높이고, 사형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모든 범죄 사건들의 발생률은 처벌에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성범죄는 특히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지난주와 이번 주 성범죄 근절을 위한 새로운 대책으로 국회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물리적 거세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 성범죄자 친고죄 폐지와 성충동 약물 치료(화학적 거세)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등이 발의되었다. 현재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전자발찌 부착, 화학적 거세 등이 시행되고 있어, 이를 강화하는 내용이고, 새로이 친고죄 폐지와 물리적 거세가 추가된 것이다.

친고죄는 범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지금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3자가 아닌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피해자가 고소를 못 하게 협박하거나 합의금으로 무마하는 등의 방법으로 처벌을 피해가는 통로를 열어 둠으로써 2차 피해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러나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는 경찰의 인지 수사 확대로 처벌의 가능성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개인들의 사생활 침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 투여를 통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성충동 약물 치료라고도 한다. 그런데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약물은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1인당 화학적 거세 예산은 1년에 500만 원 정도이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장기간 치료를 받을 경우 비용이 훨씬 더 늘어난다. 약물 치료가 성충동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치료가 중단되면, 성충동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성범죄자에 대해 고가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화학적 거세에 들여지는 고비용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된 것이 물리적 거세의 방법이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환을 제거하면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고, 신체적으로 여성화가 일어나게 되어 성충동 억제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고환을 제거하는 것은 신체의 일부를 손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인권 보호의 측면에서 본인의 동의가 없이는 시행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친고죄 폐지와 거세와 같은 처벌을 통해서 성범죄의 발생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이것들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성범죄 증가의 주된 원인은 성적 충동과 욕구를 자극하는 환경이 점점 더 심화하는 현실과 한편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점점 더 차단되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적 욕구가 있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증가하는 데에 있다. 성적 욕구에 대한 출구 없이 처벌만으로 성범죄를 근절하기는 어려운 이유이다.

이혼이나 사별로 홀몸이 된 가구 330만, 형편이 어려워 결혼을 못한 노총각, 독거노인, 장애인,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 등 정상적으로 성적 관계를 갖기 어려운 계층들의 성적 복지에 사회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성적 소수자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성적 충동과 욕구가 쉽게 자극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성적 소수자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욕구를 순화하고 해소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출구가 있는 성범죄 대책이 아쉽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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