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보내지 않는 부모의 수다
학원을 보내지 않는 부모의 수다
  • 김남규
  • 승인 2012.07.2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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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과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아빠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우리 부부도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서 ‘학원’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흔들리고 고민해야 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나는 학원을 보내지 않는 대신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준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불안감을 극복하는 일이었다.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 옆집 아이는 학교가 끝나자 마자 학원에 다니고, 주위에서 ‘초등 3~4학년 성적이 중·고등학교 성적을 결정한다’, ‘반에서 몇 등 정도는 해야 대학을 갈 수 있다.’라는 등 가만히 있어도 주위의 소리에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갖기 충분했다. 또 막상 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방과 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 부부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아직까지는 ‘준비 안 된, 학원 안 보내기’에도 잘 적응해 주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에는 학원 대신 방과후학교를 잘 활용했고,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과제를 주고 우리는 그 과제를 점검하는 정도였다. 성적이 뒤처지는 과목에 대해서는 방학 중에 다음 학기 참고서를 미리 살펴보도록 했다.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참고서를 선택해 주었고, 주로 혼자서 공부하도록 했다. 나머지는 가끔 잘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주는 것이 우리 부부의 역할이었다. 영어 역시 집에서 회화 테이프를 듣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점검을 받는 학습지를 선택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집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아이들을 설득했던 것이다. 학원을 보내지 않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과의 ‘대화’가 전부였다.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았다. 대화는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하는 방법이었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 되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성적만 본다면 대체로 만족한다. 그러나 고민과 불안은 여전하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것을 통해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그리기를 좋아하고, 만들기를 좋아한다. 퇴근하면 그야말로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집에 가득하다. 미술학원에 보내볼까 해서 알아보니, 입시반도 아닌 취미반이 오후 9시 정도까지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것도 매일. 학원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늦게까지 지치도록 학원에 있는 것이 싫었고, 아이 역시 싫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학원을 대신 할 다른 대안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학교 아니면 학원, 그 테두리 밖에서 다른 활동과 학습의 기회가 많지 않다. 성인들은 문화의 집 등 각종 문화 시설에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으나,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 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입시 말고 다른 것, 성적 말고 다른 것을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부모 역시 선택의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요즘 ‘공포 마케팅’이 너무 심하다. 특히 질병, 사망, 노후 보험이 그렇다. 이러한 불안감을 이용하여 기업은 이윤을 챙긴다. 불안한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공포 마케팅에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적응해가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정부의 정책으로 만들고 함께 해결하기보다는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생각해 버린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의 미래에 공포를 심어 놓고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그 공포를 해소하는 것은 부모들의 몫이다. 학원은 선택적인 문제이다. 학원을 보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학원을 선택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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