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는 말 (2)
사랑을 전하는 말 (2)
  • 문창룡
  • 승인 2012.07.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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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빨래하는 재미가 생겨났다. 억지스럽게 해치워야 하는 일의 개념이 아니다. 학창시절에 자취를 하면서 빨래를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때는 빨래가 일이다보니 항상 빨래는 밀리기 마련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모든 빨래를 큰 함지박에 모두 담아 빨다보니 다른 빨래에서 빠진 물에 얼룩이 생긴 옷도 있었다. 당연히 빨래를 해서 입은 옷들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깨끗하게 옷을 빨아주시던 어머니 생각이 간절했다.

필자가 나름대로 재미를 붙인 빨래의 비법을 소개한다. 이것은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책에서 읽은 것도 아닌 필자가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우선 몇 개의 대야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 대야마다에 물을 받아 같은 계열의 색깔로 된 빨래를 담근다. 세탁에 필요한 만큼 세제를 풀고 기름때가 묻은 빨래가 있는 대야에는 주방세제도 두어 방울 떨어뜨린다. 이제부터 시간이 좀 필요하다. CD를 골라 음악을 켠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음악의 장르가 바뀐다. 몇 곡의 음악이 흐르고 나면 차를 내린다. 차를 마시며 빨래가 있는 곳으로 간다. 잠시 명상을 한다. 각각의 빨래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순간순간 참 고마운 옷들이다.

정적이 멈추며 역동적인 움직임이 시작된다. 빨래들이 담긴 대야를 옮겨 다니며 발로 밟기 시작한다. 빨간색 계열의 빨래, 노란 빛깔의 빨래, 연한 무채색 빨래, 두껍고 검은 빨래, 하얀 빨래, 종류도 다양하다. 음악은 계속 흐르고 신나게 빨래를 밟아댄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물이 잘 빠진다는 것을 이때 발견했다. 진한 빨간색과 흰 빨래를 섞어서 세탁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생활의 발견이다. 거품이 일어나며 때가 쑥쑥 빠지는 느낌이 전달된다.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햇볕이 잘 드는 날이면 빨래하는 일이 더욱 즐겁다. 운 좋게도 빨래가 마르는 광경을 현장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뽀송하게 말라가는 빨래는 이제 빨래가 아니다. 다림질만 거치면 옷가게의 쇼윈도에 있어도 되는 사람의 날개로 변한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빨래가 즐겁다. 진심이며 충분한 가치를 느낀다.

그런데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바로 여기서 부터다. 빨래하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런데 칠순을 훨씬 넘으신 어머니의 말씀이 필자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왜 그런데? 그러다 말겠지 뭐. 아마 며칠 그러다 그만 둘 것 같으니까 그냥 놔둬라.” 어머니는 필자의 행동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평가의 결과가 긍정적이지도 않았다.

독자들은 자녀들의 달라진 행동에 대하여 필자의 어머니처럼 반응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모의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으면 자녀는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다. 자녀의 행동이 설사 일시적인 현상쯤으로 보일지라도 격려하고 호응해주는 반응을 보이면 자녀는 힘을 얻는다. 부모의 응원이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법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자녀들이나 좋은 결과를 얻어 낸 자녀, 비록 실패했지만 다시 시작하는 자녀들에게 용기를 돋우는 부모의 말은 산삼처럼 효능이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필자의 어머니가 “빨래를 시작했다면서? 늘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우리 가족들은 빨래에 의미를 부여하는 너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단다.”라고 호응해 주셨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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