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유보, 재벌구단 잇속 챙기려는 속셈
10구단 유보, 재벌구단 잇속 챙기려는 속셈
  • 최두현
  • 승인 2012.06.26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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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프로야구를 하지 않은 월요일은 왠지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지루하다. 야구를 좋아해 사회인 야구팀을 만들어 활동한 지도 15년이 넘었다. 전주에만 사회인야구팀이 60개가 넘는다. 나와 같은 이런 야구에 환장한 사람들을 우리들은 스스로 환자들이라고 한다.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전북도민들은 1990년대 쌍방울에 대한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쌍방울 이전에는 우리 팀이었던 해태 타이거스와 비교해 너무도 초라했던 쌍방울 레이더스. 김기태, 김현욱, 김원형, 조규제, 심성보, 조원우, 최태원, 박경완 그리고 최고의 명장에 오른 김성근. 만년 꼴찌 쌍방울의 추억을 가진 스타들이 지금도 프로야구 현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들 스타들의 추억과 야구 환자들의 열정을 모아 전라북도와 전주시 등이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나섰지만 좌절되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좌절이라기보다는 현 프로야구 재벌구단들의 욕심에 밀렸다.

프로야구 흥행 효과 독점하려는 의도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기존구단들은 야구 인프라 부족과 고교야구팀이 너무 적다며 창단을 반대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이 10구단을 반대한 이유는 근래 프로야구단이 엄청난 팬을 몰고 다니며 큰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600만 명을 넘어 700만도 넘을 관중동원과 스포츠 채널을 통해 모든 경기가 중계되면서 막대한 홍보효과와 미녀 아나운서와 걸 그룹까지 동원한 마케팅 전략으로 야구 판이 승승장구하는 시절이 지금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시절에 이익을 나누어야할 새 구단 창설이 그들에게 반가울 리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의 운명을 재벌들이 쥐고 있다는 것도 억울한데 이들은 속내는 숨기고, 부족한 야구 인프라 운운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이 그토록 야구현장의 인프라를 걱정한 사람들이었다면 아직도 원정팀은 옷 갈아입을 장소가 마땅치 않거나, 복도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 마운드와 타석의 흙은 단단하지 못해 부상위험이 큰 문제들은 왜 30년 동안 그대로 두고 있는지 묻고 있다. 고교야구 또한 그렇다. 프로야구를 통해 홍보효과를 노리고, 소비자를 유인하는 동력으로 삼는데 치중한 나머지 고교야구 지원에는 손을 놓았던 것이 재벌구단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고교야구팀 숫자가 적다며 10구단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공부는 하지 않고 시험 못 봤다고 한탄만 하는 철없는 학생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 재벌들은 사실 철없는 학생들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 달콤하고 풍족한 야구열기와 그 속에서 나온 돈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구단들의 이런 옹졸한 생각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행태다. 바로 이들의 꼼수를 비판하며 날을 세우는 국민과 야구팬이 있기 때문이다.

10구단 기반을 다지는 노력 절실

실제로 프로야구 선수들은 선수협을 통해 올스타전 거부나 세계야구대회(WBC) 출전 거부 의사 등을 밝히며, 선수 노동조합 설립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선수들이 이런 행동까지 갈 수 있을지는 유동적이다. 그러나 10구단 창단을 유보하며 잇속을 챙기려던 구단들에게 더 많은 비용과 노사관계라는 좀 더 복잡한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재벌 구단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를 좌지우지하려는 못된 생각을 고치지 않는 이상 그들은 팬과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북과 함께 10구단 유치를 희망했던 수원에서는 잠실구장 앞에서 집단 삭발시위까지 했다. 진정으로 10구단 유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하기에 앞서 이런 열정과 노력을 보인 수원시의 행동이 놀랍다. 우리 전북에서도 10구단 유치가 당장은 어렵게 되었지만 꼼꼼한 준비와 노력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리틀 야구단과 학생 야구단 창단과 지원, 사회인야구장 확충, 야구 트렌드를 읽어내는 유치운동 등이 지속한다면 쌍방울의 추억을 넘어 도민들에게 문화적 자산을 선물하는 프로야구단 유치가 가능할 것이다.

최두현<전라북도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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