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도 사뭇 대조적이었다. 러시아는 대회 첫 경기에서 막강 공격력을 뽐내면서 체코를 4-1로 대파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개최국 폴란드와 2차전에서 1-1로 비겼지만 8강 진출은 무난해보였다. 그리스는 폴란드와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승리를 놓쳤고 체코와 2차전에서도 지면서 탈락 위기에 놓여있던 상황.
하지만 두 팀의 운명은 마지막 3차전에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리스가 전반 47분 터진 주장 기오르고스 카라구니스(35)의 결승 선제골로 1-0 승리를 거두면서 극적으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러시아는 그리스와 1승1무1패 동률을 이루고도 승자승 원칙에 밀려 눈물을 삼켜야 했다.
결승골의 주인공 카라구니스의 운명도 드라마틱했다. 카라구니스는 폴란드와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패하면서 원성을 샀다. 1-1로 맞선 가운데 승리를 거둘 기회를 날리면서 주장의 체면을 구긴 것.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러시아전에서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 그물을 가르면서 폴란드전 페널티킥의 아쉬움을 날렸다. 역적에서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반면 러시아는 우울하게 유로 2012를 조기에 마무리하게 됐다. 화려하게 대회를 시작했지만 8강 진출이 좌절된 데다 관중 난동이라는 악재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체코와 폴란드 전과 관련해 장외에서 열성팬들의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벌금과 유로 2016 예선에서 승점 6점 삭감의 뼈아픈 징계도 받았다.
사령탑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후임 사령탑이 빠르면 이달 말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전부터 유로 2012 이후 물러날 뜻을 밝혔지만 대회 결과가 좋지 않아 모양새도 불명예 퇴진에 가깝다. 러시아로서는 이래저래 유로 2012 뒤끝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