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말의 글로컬리즘을 위하여
전라도 말의 글로컬리즘을 위하여
  • 양병호
  • 승인 2012.06.11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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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강의시간에도 전라도 표준말을 즐겨 애용한다. 예컨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뻥새’라고 부르거나, 질문을 하여 수업 내용을 건성으로 이해한 학생에겐 ‘벌러꿍이’라고 하며 ‘깐본다’. 특히 사석에서는 가급적 의도적으로 전라도 표준말을 사용하려 한다. 나아가 주석에서도 케케묵은 전라도 표준말을 언급하며 그 어휘가 환기하는 역사와 문화의 갈피 뒤적이기를 즐긴다. 예컨대 주의를 환기하려 할 때는 ‘아 긍게 쪼까 시끄러봐봐’, 잘 이해하기 어렵거나 혹은 수긍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거시기 쬐끔 껄쩍지근헌디’,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에게는 ‘거 해미남수 포리 채드끼 느시렁거리네 그려’와 같은 지역 표준말을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방언, 사투리는 일상생활에서만 유통 소비되는 것이 아니다. 시와 소설 등의 문학작품에는 지역어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가령 김영랑의 시 ‘오매 단풍 들것네’를 들 수 있다. 이를 표준어로 바꿔보자.

‘어머나 단풍이 들겠구나’가 주는 언어감각은 전라도 지역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반감한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도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시구에 ‘출출히’(새 이름)와 ‘마가리’(오두막)가 독특한 북방정서를 환기한다. 역시 최명희의 ‘혼불’에도 ‘허따개비’(실속 없이 부화뇌동하는 사람), ‘매급시 지대고 그려’ 등이 전라도의 토착적이고 향토적인 분위기를 실감나게 조성한다.

현대사회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 특히 인터넷의 역할로 인하여 정보 및 언어의 교환과 소통이 신속하고 광범위하다. 예컨대 현대는 글로벌리즘 시대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까지 신자유주의 시대여서 물산의 소통 역시 매우 활발하다. 이로 인하여 세계는 유행과 패션의 지배를 받는다. 보편가치성이 우월한 것은 빠른 속도로 지구촌에 영역을 확장한다. 특히 패션 디자인, 커피와 콜라, 스포츠, 영화, 음악 등에서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서구 중심주의 혹은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부정적 현상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요즘 역으로 문화 부면에서 다양한 한류가 세계에 확장되는 현상이 일고 있다. 이는 글로벌리즘의 보편가치 우위라기보다 로컬리즘의 고유성 가치가 더욱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 보여진다. 문화는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다양성 혹은 고유성의 등가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차이의 존중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각각의 문화는 독자성과 고유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하고 전개되고 있다.

전라도 혹은 전주시도 전라도 정신과 가치의 고유성과 독자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비빔밥, 판소리, 완판본, 한옥, 한지 등은 전라도 토착성을 대표하는 문화이다. 따라서 산, 학, 관 모두 협력하여 이들의 정체성 확립과 부흥을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모두 일정 부문 활기차게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으며 성공적인 진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아울러 전라도 표준말, 즉 전라도 사투리에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언어는 언어 사용자들의 넋과 문화와 역사와 전통이 축적되어 이루어진다. 전라도 표준말에는 전라도 사람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오랜 세월동안 집적되어 있다. 전라도 사투리에는 전라도의 해학적이고 낭창낭창하고 아리잠직한 심성이 스며 있다.

전주를 대표하는 비빔밥, 판소리, 완판본, 한옥, 한지 등을 전라도 표준말(사투리)과 비벼서 즉 결부시켜 진흥시킨다면 그 고유성과 독자성의 효과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전라도 표준말을 의기양양,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정책을 다각도로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전라도와 전주의 문화 가치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나아가 한류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긍게 우리 모두 자랑하드끼 전라도 표준말을 허벌나게 써보드라고 잉.

양병호<시인/전북대 인문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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