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자리를 아파트별로 배치해요”
“아이들 자리를 아파트별로 배치해요”
  • 소인섭기자
  • 승인 2012.06.04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지역 모 초등학교 소득별 자리배치?...교육감 실태파악 지시

“그 학교 보내지 말아요. 글쎄 아이들 자리배치를 아파트별로 한다잖아요” 학부모 A씨는 올 초 인근 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려다 끔찍한 얘기를 듣고 혀를 찼다.

전주시 신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A씨는 여러 학부모로부터 이같은 말을 듣고 아이의 조부모가 거주하는 전주시 진북동으로 주소를 이전, 입학시켰다.

얘기가 전해지자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부모 계급이 곧 아이들 계급이 된다는 어느 조직 얘기는 들어 봤지만 1학년 교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그 아이는 원하지 않는 학교로 먼거리를 통학하고 있을 텐데 학교가 무섭다”고 말했다.

군산의 모 초등학교 C교장은 “아파트별로 앉혀 친목도모를 통해 폭력예방 등 순기능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는지 몰라도 계층간 위화감 등 역기능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전주의 신도심 지역 D교장 역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있을 수 없다”고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도교육청 E과장은 “성적과 부모 영향력에 따라 자리가 배치됐던 과거가 떠오른다”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해당학교에 대한 정보는 일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이 문제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김승환 교육감으로부터다.

김 교육감은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신도심의 특정학교를 언급한 뒤 간부들에게 물었다. 이에 간부들은 “단기적으로 볼 때 학급별 프로젝트나 어떠한 문제점 지적하기와 같은 수업을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층간 문제가 발생한다”고 답했다. 앞서 신도심학교 교감은 2학년 과정에 모둠별 자리배치를 통해 ‘살고 있는 곳 알아보기’와 같은 과정이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학생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모둠을 정해 학습활동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육감은 비교육적 행태를 개선하도록 먼저 상황을 파악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 오래 몸담아 온 F씨는 “우리 사회가 소득간·계층간 불균형으로 인한 불협화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에 모둠별(소집단별) 자리배치는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학생들이 교육과정 속에서 차별받지 않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고 나무랐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