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무형문화축제 우려대로 부실
아태무형문화축제 우려대로 부실
  • 김미진기자
  • 승인 2012.06.03 15: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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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전주 아시아·태평양무형문화유산축제’는 전주문화재단이 실질적으로 주관해 축제를 꾸린 첫 해의 결과물이다. 재단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살리고 외부 전문가를 보완·활용해 축제를 꾸린다는 계획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년 ‘국립무형유산원’ 개관을 앞두고 시민은 물론 도내·외 관광객에게 무형문화유산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거나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적극 홍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년이나 지속된 축제가 이 같은 평가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뒤늦은 출항..졸속작품 예고

올 축제의 부실 운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축제를 3개월여 남짓 남겨둔 시점까지도 총감독격인 기획위원장 선임에 난항을 겪으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축제에 차질이 우려됐던 것. 당초 전주문화재단은 2월 안으로 축제 운영조직을 구성하고, 3월부터는 본격적인 축제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혀 왔으나, 사실 이마저도 늦은 상황이었다.

결국,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축제 개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시 컨셉을 정하고 각 나라별 무형의 유산을 찾기보다는 최대한 모을 수 있는 전시물에 컨셉을 끼워 맞추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올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특설전시관에서 선보인 각 나라별 전시품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전시품의 숫자와 종류, 크기에서도 그야말로 빈약했으며, 내용면에서도 서로 연계되지 못하고 따로국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또 시민들의 소중한 물건을 지원받은 ‘대대로 가보’와 ‘생활문화사진전’등 또한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관람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전시’를 전면에 내세운 축제의 이미지에는 치명타가 됐다.

▲축제의 공간설정 빈약, 자율성이 독

가장 큰 문제는 축제의 공간설정에 있었다.

작은 축제를 지향한다는 기획의도에 맞춰 부채문화관을 메인공연장으로 인근 최명희문학관 마당과 중앙초등학교 동편길을 적극 활용하고자 했으나, 관객들의 동선을 단절시키고 불편함만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유대수 총감독은 “부채문화관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길목을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로 설정하고, 이 공간에 장터골목을 배치해 관객들을 유인하고자 했다”면서 “각 참여단체들에게 판매 품목에 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해주면서 너무 상업성 짙은 물품만 배제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율성에만 의존하다보니 장터 골목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모습이 연출됐다. 중앙초등학교 동편길의 좁은 골목 안에 설치된 부스는 답답할 지경으로, 이동하는 관객들의 움직임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태국과 베트남 9개국의 재래시장을 재연한 문화장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한 소재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개막 첫날에는 볼 수 없었던 찹쌀순대와 와플 등의 먹거리가 둘째 날 이후 등장하기 시작, 아·태지역의 문화장터라는 정체성을 잃어간 것도 사실이다.

다만, 2일 저녁 7시 30분 오목대에서 시도한 공연의 공간 설정은 특색 있었다. 한옥마을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진 산조와 중국의 그림자극 등은 돋보였다.

▲아·태축제 무엇을 고민해야하나

국립무형유산원의 기공식이 있었던 첫 해, 축제의 주제는 ‘아시아의 뿌리, 아시아의 영혼’으로 거창했다. 지난해에는 ‘혼인’이라는 보다 축소된 주제로, 인간의 삶과 밀접한 무형문화의 가치를 찾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올해의 주제 ‘삶, 놀이’는 너무 광범위한데다, 주제와 관련돼 화제가 될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는 사실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매년 2억 안팎의 예산을 투입해 축제를 개최했지만, 늘 새로운 팀과 인력이 축제를 만들어가다 보니 사실상 매해 첫해 대회를 치르기 급급했다. 이 축제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국립무형유산원’의 오픈까지 무형문화유산의 문화적인 가치를 알리기 위한 전초작업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시의 발상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역문화계 관계자는 “아·태축제의 학술세미나 등을 그동안 사실의 보고나 보호정책 논의에만 머물렀던 무형문화유산의 연구가 학술적으로 끌어올려지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재조명되는 등 분명 의미 있는 지점이 있다”면서 “전주시와 관계기관은 올 축제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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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란? 2012-06-10 15:56:54
무형문화유산축제란 말 자체가 축제의 실질적인 내용에 비해 매우
부풀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도 부실했지만 형식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율성이
문제라고 하지만 오히려 자율성이 없고 기획자의 의도에
구색맞추기 같은 느낌이였는데
하나의 행사를 준비하더라도 1인 전권체제에 의지하지 말고
여럿이 준비한다면 짧은 준비기간이라도
만족할 만한 축제를 즐길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