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자율성과 상호존중 (8)
88. 자율성과 상호존중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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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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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88. 자율성과 상호존중 (8)

말의 힘은 위대하다.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풀리게도 한다. 감정이 말을 통해서 표현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말속에 숨어있는 감정은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특히 자녀들은 부모의 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자녀와의 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자녀의 행동에 대해 반응하고 있지만 속내는 자신의 감정이 말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이러한 부모의 감정은 자녀에게 유전인자처럼 그대로 전이된다. 그리고 거울에 반사되는 빛처럼 대화할 때마다 부모에게로 돌아온다.

요즘 들어 자녀들이 웃음이나 산만한 행동을 하면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것을 많이 볼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부모가 말을 걸어도 계속 딴 짓을 하거나 산만하여 집중하지 못한다. 이럴 때 부모는 ‘너는 왜 항상 그 모양이냐?’고 하며 화를 낸다. 그러나 화난 부모와는 아랑곳없이 아이는 딴 짓을 계속 한다.

S도 이러한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어 엄마 L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L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S의 감정을 이해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L자신이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자기의 감정을 나열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스스로에게 설명하면 신기하게도 S가 왜 나에게 그처럼 행동하고 말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화를 한 가지 소개할까 한다. “엄마, 지문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국어시험을 망쳤어요.” 엊그제 시험을 치른 자녀가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러기에 차근차근 꼼꼼하게 잘 읽으랬잖아. 넌 시험 때 마다 꼭 그러더라.” 부모들은 흔히 이렇게 대답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럴 때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은 서서히 닫혀간다.

위의 대화를 다르게 바꾸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달라진다. “엄마, 지문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국어시험을 망쳤어요.” “그랬어? 네 말을 들으니 엄마도 마음이 아프다. 속상하고 안타까워. 너는 기분이 좀 나아졌어?” “아니요, 아직도 화가 나 죽겠어요.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이해가 안돼요?” “그래. 네가 얼마나 속상한지 알 것 같구나. 실수를 반복하면 당연히 속상하고 화가 나겠지.” 실수로 인해 망친 시험에 대하여 엄마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연히 신뢰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L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감정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L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습관적으로 체념해버린다. 속마음으로는 ‘좋다. 나쁘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와 같은 평가를 하면서 소극적인 대응으로 반응하기 일쑤다. 그래서 S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도 ‘S야. 왜 그래. 그러지마.’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는 거야.’와 같이 반응하게 되고 S는 ‘나는 또 엄마의 맘에 들지 않은 행동을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S와 L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말할 때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서로에게 판단과 비난, 평가 받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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