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독일, 통일국가 자격 있다
부러운 독일, 통일국가 자격 있다
  • 김승연
  • 승인 2012.05.0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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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조국에 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통일된 독일을 생각하면 참 부럽다. 독일은 분단된 지 45년 만(1945.6.5. 얄타협정-1990.10.3)에 재통일을 이루었다. 동서독의 재통일의 경우 서로 예상치 아니한 때에 이뤄졌기 때문에 독일 국민들과 정치지도자들은 물론 우방들 역시 통일 이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 것이고, 양국의 민족 감정을 한데 어우리는 데는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동서독은 통일을 이룬지 22년이 지난 오늘 동족간의 조화를 잘 이룰 뿐 아니라, EU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독일 사회당 총리 빌리 브란트는 잠깐 총리를 했지만, 동방정책을 펼쳐 통일을 이루기 전인 1971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독일이 왜 부럽고,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싶다. 물론 독일은 1, 2차 대전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게 바로 나치당과 히틀러이고, 6백만 명이 훨씬 넘는 유대인 학살이다. 일본은 지은 죄를 아직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고 있지만, 독일은 일찍 조상들이 지은 죄를 자신들의 죄처럼 여기며 당사국과 국제 사회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경제적 보상까지를 깨끗이 마무리했다. 필자는 통독 이후 독일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동서를 아우르면서 이끌어 온 과정을 지켜볼 때 역시 독일 민족은 다르다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현재 독일의 총리는 여성으로서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다. 또 현직 대통령은 72세인 목사로서 요하임 가우크(Jochaim Gauck)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모두 동독 출신이다. 메르켈은 목사의 딸로서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동독으로 발령받아 임지를 옮긴 바람에 동독에서 자라며 공부를 하게 되었다. 가우크는 동독 시절의 재야인사로 활동하다가 악명 높은 동독 정보부인 슈타지의 주목을 받아 낙인찍힌 인사로 수없는 생명의 위기를 넘겼던 분이다.

그런 대통령 가우크는 지난 2012년 3월 19일 하원의원과 16개 주 의회 의원 총 1240명이 투표하여 유효표 1232표 중 991표의 찬성표(241명 반대)를 얻어 정정당당하면서도 압도적으로 선출되었다. 그리하여 독일은 통독 이후 총리와 대통령 모두를 동독 출신으로 뽑았다. 그러니까 통독이후 동독 출신 총리가 된 것은 17년 만이고, 동독 출신 대통령이 뽑힌 것은 2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게 바로 성숙한 독일인의 정치의식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남북통일이 된다면 먼 훗날 총리나 대통령을 남한 출신만이 아니라, 남북한 출신들이 번갈아 할 수 있는 국민의식과 풍토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필자는 지금도 1989년 11월 9일 금요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서독 주재 선교사로서 1983년 이후 동베를린을 방문할 때마다 독일 통일을 위해 기도해 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 통일을 위한 기도를 보다 현장감 있게 하기 위해 브란덴부르크 문 앞 서베를린 쪽 광장에서 출발하여 히틀러 시대의 국회의사당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도중에 동서 베를린을 갈라놓은 장벽이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는 곳 파이프 방책을 붙잡고 기도하려는데 “아흐퉁”(조심)하는 소리가 들렸다. 위를 쳐다보니 동베를린 쪽 초소에서 기관단총을 든 군인이 필자를 향해 총을 겨냥하고 지르는 소리였다. 필자는 혼비백산이 되어 튀어나오면서 동독 군인의 서슬 퍼런 그 눈동자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 필자가 1989년 11월 9일 저녁 뉴스에서 동서 베를린을 가로막는 장벽 위에서 동서독의 청년들이 뒤섞여서 만세를 부르며 얼싸안고 감격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저 장벽이 무너져 통독이 되었습니다.”라고 드렸던 감사기도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진 이후 곧 바로 베를린으로 달려가 동서독을 가로막고 있었던 원한의 장벽을 부수기 위해 동독 청년에게 쇠망치를 빌려 함께 내리쳤다. 지금도 그 때 직접 쪼갠 장벽 조각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8선을 가로지르는 철책을 거둬낼 남북통일의 날이 올 줄로 믿는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남북통일을 반대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들 한다. 가진 자는 통일 세금이 부과되면 애써 쌓아놓은 사유재산이 축날 것 같아서이고, 기업가들은 지금 세금도 버거운데 통일 세금이 부가될까봐서이고, 못 가진 자들은 자신들도 못 사는 판국에 통일까지 해놓으면 북한 주민들까지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사회복지 혜택이 줄어들까봐서일 것이다. 그런 기성세대에 의식화되었는지 철부지한 초등학생들 6,70%가 통일을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조상들은 콩 조각도 나눠먹는 형제애를 가졌던 것을 생각한다면 못할 바도 없다. 그런 통일의 날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탈북난민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무능함을 자각하면서 통일된 독일을 부러워한다.

<부러운 독일, 통일국가 자격 있다 김승연 목사(전주서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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