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는 영화‘도’ 트는(상영하는) 전주의 한 축제가 아닙니다. 영화제에서 영화 이외에 다른 것들을 원하는 분들은 전주시의 ‘수많은 축제’나 ‘여수세계박람회’로 가면 됩니다.”
영화제에서 ‘영화’ 이외의 것을 원한다면 다른 축제나 가라? 이 황당한 말은 지난 4일 열린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얘기다. 그것도 영화제를 책임지는 프로그래머 중 한 사람인 유운성씨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은 그 외에 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원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유 프로그래머는 작정한 듯 단호한 어조로 “영화가 싫으면 다른 축제로 가라”고 답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시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지는 영화제가 시민들을 내쫓고 있는 격이 아닌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유씨는 “저한테는 그런 불만이 전혀 들리지 않으니, 이러한 만족도 부분에 대한 것은 매년 발간하는 평가보고서를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기자는 유씨의 얘기대로 지난해 평가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설문조사결과 ‘축제 내 불편사항’에 대해 ‘교통편’과 ‘볼거리와 즐길거리(16.35%) 부족’이 1·2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차별화 시도’ ‘홍보 강화’ ‘다양한 부대행사 개발’이 1∼3위로 지적됐다.
헌데, 정작 프로그래머인 유씨 자신은 전년도 평가보고서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꼴이다.
이처럼 영화제의 프로그래머조차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면, 전주영화제의 미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다. 좋은 영화를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과 시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 쏟을 필요가 있다. 지역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축제의 기본은 지역주민이 행복한, 삶의 질을 향상시켜 문화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유씨의 발언을 직역하자면 ‘영화’만 있을 뿐 ‘지역주민’은 없는 격이다.
실제 올해 영화제를 찾은 한 평론가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쾌락을 느낄 수 없으니 다양한 방안을 개발해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영화제는 ‘조직위의 것’이 아닌 ‘시민의 것’이자 ‘시민을 위한 축제’라는 사실을 전주시와 조직위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제가 시민들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저는 그렇게 이해가 되는데, 저만 그렇게 이해를 한 것입니까?
조금 더 좋은 영화제, 즐거운 영화제로 발전해보자는 거 아닙니까.
영화 자체보다 영화제의 그 축제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