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의 ‘가장 잔인했던 3월’
전북현대의 ‘가장 잔인했던 3월’
  • 소인섭기자
  • 승인 2012.04.0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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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가 모처럼 웃었다. 가장 잔인했던 3월을 지내고 4월 첫 게임서 건져 올린 원정 승리는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반전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전북의 잔인한 3월은 광저우 헝다(중국)전이 단초가 됐다.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첫 경기를 몰수당했다. 원정팀 광저우는 거액 몸값 용병을 내세워 전북을 궁지로 몰며 1대5패를 안겼다. 이어 21일 열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2차전 원정서 다시 1대5패 해 전북은 동네북이 됐다.

K리그에서도 살아나는 듯하다 뒷심 부족으로 골문을 내주는 등 허탕 일쑤였다. 디팬딩 챔피언 전북은 25일 서울과의 원정과 31일 대구와의 홈 경기 모두를 역전패하는 무기력을 보였다. ACL과 K리그를 합치면 4연패다.

전북은 현재 2승1무2패로 K리그 8위다. 또 ACL 예선서는 1승2패(승점 3점)로 H조 최하위에 쳐져 있다. 전북의 잔인한 3월의 성적표다.

전북은 왜 잔인한 달을 보내야만 했나. 뒷심부족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K리그에서도 선취점을 얻고도 역전패해 자신감을 잃어갔다. 거액을 들여 김정우를 영입하는 등 팀 전력을 향상시키고도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지도력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어 이흥실 감독대행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 감독 자신도 “일본 원정 패인은 비기는 게임을 하려다 놓친 결과”라고 말하는 등 최근 부진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공언해 왔다. 전북은 사실상 중앙수비수 부재로 다양한 전략 구사가 힘들다는데 원인이 있다. 광저우전부터 시작된 줄부상으로 수비수 4명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북 녹색전사들에겐 닥공 유전자가 흐른다. 승승장구하고 있던 부리람에 일격을 가할 수 있었던 것도 수중전 대비와 닥공에 있었다. 1·2위 팀에 주어지는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더이상 패배는 있을 수 없다는 배수진도 주효했다.

이동국와 에닝요·루이스에 가중됐던 공격부담을 주목받지 못했던 이승현·서상민에 덜어 줄 수 있어 전략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큰 소득이다. 경남전(8일)을 시작으로 2주 동안 5경기를 치러야 하는 전북으로선 기회인 셈이다. 또 에닝요의 깜짝쇼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했다. 에닝요는 경기전 선수들에게 “어렵지만 지난 일들을 잊었으면 한다. 오직 우리만이 진정한 전북으로 다시 만들 수가 있다”라고 적은 편지를 쥐어줬다.

부리람 잔칫상을 엎으며 4월 첫 경기를 완승한 전북이 ‘잔인했던 3월’이란 과거형을 고쳐 쓰지 않도록 분위기를 이어가길 팬들은 기대한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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