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인간의 욕망
숫자와 인간의 욕망
  • 김인수
  • 승인 2012.04.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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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성공에 대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부와 권세, 명예에 대한 욕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화번호 숫자를 봐도 성공에 대한 사람들의 염원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뒷자리 숫자를 자세히 보면 업종을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인생관도 알 수가 있다. 보통 병원의 뒷자리 숫자는 병의 치료를 생각나게 하는 7575, 택배서비스는 빨리빨리 한다는 의미로 8282, 장례식장은 죽음을 상징하는 수인 4444, 이삿짐센터는 말 그대로 2424, 세탁소는 빨고 삶는다는 뜻으로 8939, 치킨집은 통닭구이를 연상하는 9292, 치과는 이빨을 치료하다고 해서 2875, 안경점은 안경모양의 수인 1001, 영어학원은 영어를 빨리 한다고 0582, 부동산업체는 부동산을 거래한다고 해서 8949, 건설업체는 영차 영차하며 힘쓴다는 뜻으로 0404 를 선호하고 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영혼과 육신을 구원하는 곳이라 하여 9191이나 0691은 대부분 교회가 애용하는 전화번호 뒷자리 숫자이다. 이것을 보더라도 숫자가 단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숫자를 선택한 사람의 소망과 인생관이 거기에 담겨있는 것이다.

오래전 21명을 끔찍하게 살해하여 생각하기도 섬뜩한 희대의 살인마 유 영철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유영철의 전화번호와 휴대폰의 뒷자리 숫자는 욕과 같은 십 팔 십 팔(1818)이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숫자 중에 하나이다. 유영철은 전화번호 뿐 아니라 인터넷 아이디나 비밀번호도 모두 1818 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고 저주했다. 유영철의 생일이 4월18일인데, 그는 4자를 죽을 사(死)자와 연결시켰고, 18을 욕이라고 해석해서 자신의 인생은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망하게 태어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거기다 자신의 불우한 환경까지 연결해서 늘 비관적으로 살았는데, 그래서 1818 이란 숫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유 영철은 스스로 1818 인생을 만든 것이다. 환경에 굴복하여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며 망가진 인생으로 살았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과 인생을 섭리해 나가시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에 인간은 자신의 삶을 보람 있고 건설적으로 살아야 한다. 모든 삶의 책임은 인간 자신에게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를 보면 열악한 환경을 탓하고 부모와 사회를 원망하며 1818 인생처럼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강의 등반 강국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8,848m의 에베레스트 최고봉을 비롯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을 3명이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이 그들인데, 그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들의 전화번호와 핸드폰의 뒷자리가 모두 8848이라는 것이다. 2m도 안 되는 인간이 8,848m의 에베레스트산 앞에 서면 정말 초라하고 작아 보일 것이다. 그리고 8848의 에베레스트산 정상은 정복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산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8848 인생들에게는 에베레스트산이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다. 1818인생의 특징이 원망과 불평, 비관과 절망이라면, 8848 인생은 감사와 긍정, 도전과 비전이기 때문이다. 환경에 굴복하고 팔자타령과 운명이라 체념하며 1818인생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환경을 정복하고 운명을 개척하는 8848인생으로 살 것인지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요즘 흔히 쓰는 말 중에 ‘넘사벽’이라는 말이 있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약자로 거의 불가능한 일을 말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8848 인생들에게는 불가능이란 없다. 실제로 8848을 도전하는 도전자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창공을 훨훨 날 수 있는 독수리와 같은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여 울타리 안에 갇힌 암탉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 환경이나 핸디캡이 우리의 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과 잘못된 생각이 우리의 길을 막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세기 정신의학자들은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의 영향으로 마음의 부정적인 면에만 몰입한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반성하고 마음의 밝은 면을 규명해서 북돋우려는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가 바로 긍정심리학이다. 미국의 경우 긍정심리학자들은 정부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아 행복의 실체를 찾고 있는데, 이들이 규정한 행복의 참모습과 행복을 증진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삶에서 오는 평온감과 안락함을 뜻한다. 경제적 풍요, 지식, 권위, 좋은 날씨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가족의 유대, 우정, 정신적 활동, 자존심, 희망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행복해지려면 우선 주변 환경이 안정적이고 자신을 위협하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명상과 이완요법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심신을 만족스러운 상태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한데, 목표는 개인의 관심과 가치가 반영된 것이어야 하며 위협이나 죄의식, 주위의 압력이 만든 목표는 성취해도 별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생각을 밝게 하도록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면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진다. 유머를 즐기면 사고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웃는 표정을 연습하는 등 억지로라도 웃으면 사고의 색깔이 밝은 색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전북대학교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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