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리와 춤, 제주도에 다 모였다
한국의 소리와 춤, 제주도에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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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0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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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의 달인'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는 '아리랑 파티-레전드 오브 제주'를 연출한 최소리의 별칭들이다. 즐기는 관광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제주도에선 그의 타악 공연이 매일 펼쳐진다.

1990년대 초 대한민국 대표 락그룹 ‘백두산’의 드러머로 활동한 최소리. 자신만의 색깔로 타악을 하고 싶다며 인기 드러머의 길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타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자신만의 악기를 만들기도 한 그는 1997년 드디어 첫 음반 두드림(두드려 들리는 울림소리)을 선보였다. 가장 한국적 정체성을 가진 타악으로 평가됐다.

'‘아리랑 파티'는 바로 타악인 최소리가 산중에서 7년여 동안 연구한 끝에 만든 작품이다.

우리의 뿌리를 대변 할 수 있는 ‘흙의 소리’ 아리랑을 재창조했는데, 그가 만든 소리금과 도자기북, 일렉트릭 전자악기의 이상한 조합은 2006년 독일 월드컵송 버전 ‘아리랑파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을 통해서도 전 세계에 전파됐다.

아리랑 파티는 지난해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대표 문화컨텐츠로 자리잡았고 월드투어도 진행 하고 있다.

제주 공연장은 제주공항에서 20분 거리인 폴리파크에 마련돼 있다. 아리랑 파티의 8번째 작품인 '레전드 오브 제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곳에선 아리랑을 비롯해 제주의 신화와 절경을 소재로 한 태권도와 창작무용, 비보이, 상모놀음, 타악 등이 뒤섞인 화려한 넌버빌(nonverbal) 퍼포먼스가 하루에 3차례(10:00, 14:00, 17:00)씩 펼쳐진다.

무대와 객석 곳곳에는 특수효과를 상상하게 하는 장치들이 설치돼 있다.

공연은 한라산의 정기를 표현한 태권동자들의 힘찬기합과 절제된 동작으로 시작된다. 양손에 부채를 추켜든 부드러운 손짓의 무용단과 탈을 쓰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한복 비보이들의 등장도 흥미롭다. 드러머의 비트에 맞춰 그들은 뒤엉킨다. 아름답지만 강인하고 또 변화무쌍한 제주도의 ‘삼다’를 표현한다.

세군데 봉우리에서 드러머들이 펼치는 공연은 관중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제주도의 자랑인 한라산과 산굼부리, 성산일출봉의 신성함이 드러머의 강한 두드림으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이어 객석 주변에서 설화 속 제주 도깨비들이 춤추며 등장한다. 최소리가 기타와 가야금을 접목시켜 만든 악기 '소리금'의 아리랑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순간이다. 도깨비들은 아리랑 리듬에 맞춰 헤드스핀을 비롯한 현란한 춤 실력을 자랑한다.

황금 향로를 든 선녀의 등장으로 도개비들은 이내 자취를 감춘다. 유채꽃 향기와 전통 향무를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무용수들이 삼다지전무를 화려한 날개 짓으로 표현하고 이내 웃통을 벗어젖힌 초콜릿 복근의 태권동자들이 절제된 품새를 선보인다. 번개 같이 내리치는 특수조명 효과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쉼없이 두드리는 북소리는 객석을 들썩이게 한다.

통 큰 청바지와 야구 모자를 쓴 비보이들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춤 기술로, 태권동자들은 고난이도의 송판 격파로 각각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의 백미는 무엇보다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다. 관중들은 천장에서 내려온 드럼스틱을 쥐고 아리랑 리듬에 맞춰 신나게 두드린다.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엔 제격이다. 음을 따라가지 못해도 상관없다. 무작정 두드리면 된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몽골 마상쇼’, ‘중국 서커스’ 같은 퍼포먼스에 익숙해져 있다. 이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아리랑파티의 출연진을 중국인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제주에는 우리의 소리와 문화를 우리가 표현하는 우리의 공연이 준비돼 있다.

'아리랑파티-레전드 오브 제주' 출연진들은 우리만의 공연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앞으로도 계속 두드리고 춤추고 격파할 것이다. 이미 씨앗은 뿌려졌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물과 양분을 주는 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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