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의 대안은 복지다
디스토피아의 대안은 복지다
  • 최낙관
  • 승인 2012.03.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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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 인류가 그토록 염원했던 유토피아적 이상향은 더 이상 우리 곁에 다가올 수 없는 것인가? 지난달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유토피아(utopia)’를 반대로 거스르는‘디스토피아(dystopia)’가 지금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역과 계층을 초월한 강력한 ‘디스토피아의 역습’이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디스토피아의 공세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보다는 불행을, 안정보다는 불안을, 신뢰보다는 불신을 그리고 풍요보다는 부족과 결핍을 우리에게 강요한다는 점에서 그 우려와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행복추구를 향한 우리들의 욕구와 의지를 근본부터 훼손하여 한편으로는 갈등을 조장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기력증에 빠지게 하는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증후군으로부터 우리 사회는 과연 자유스러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다보스포럼이 제시하고 있는 우려가 우리 한국사회에 그대로 투영되어 ‘코리아 디스토피아’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가중되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정치와 사회적 불안정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현 정부의 리더십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MB정부의 출발과 함께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가적 목표는 각종 비리와 정책실패로 인해 국민들에게 그 어떤 신뢰와 설득력도 주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정책적 이슈와 제안들은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정조준하고 있고, 특히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현 정부에 대한 이견과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정체성이 크게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부자 감세, 독선적 국정운영, 방송통신 장악, 한미 FTA, 복지 포퓰리즘 논쟁 나아가 친인척 비리 등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사안들이다.

정책실패와 현 정부의 ‘이기적’ 리더십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디스토피아 회오리는 토네이도가 되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은 다보스포럼의 진단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 확대되고 만연되어가고 있는 불행의 그림자가 더욱 짙고 넓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빈곤, 실업과 소득 불평등, 부정과 비리, 각종 폭력과 범죄, 공교육의 붕괴와 인간성 상실, 정체성 혼란, 우울증과 자살 등 디스토피아 증후군들이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복합적 위험과 늘 함께하고 있음에도, 애써 이를 부인하거나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해 본다. 세계 최빈국에서 이제는 신흥경제강국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에 너무 심취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신화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맹목적으로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러울 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확히 직시하고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을 다시 모색하는 것이다. 변화를 위한 ‘걸림돌’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새로운 희망을 쏘기 위한 ‘디딤돌’이 무엇인지 또한 알 수 있다. ‘디딤돌’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초석임에 틀림없다.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목에서 그 디딤돌은 누구에게나 기꺼이 몸을 낮추어 그 등을 밟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복지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바로 그 때문에 안정된 복지시스템을 구축한 사회에서는 다양한 욕구와 사회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와 안전망을 디딤돌로 활용하여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복지선진국으로 분류할 수 있는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륙권 복지국가나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안 복지국가들이 지금처럼 어려운 디스토피아 상황에서도 충격을 흡수하고 저항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공세나 다양한 사회적 비판에도 일관되게 복지에서 그 길을 찾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2012년은 대한민국 미래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총선과 연말의 대선에서는 이념논쟁을 넘어 ‘복지 문제’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선거가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2년 용의 기운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우리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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