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들의 현실과 우리사회
실습생들의 현실과 우리사회
  • 윤진식
  • 승인 2012.02.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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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등학교 3학년 실습생이 공장에서 실습을 하던 중 과로가 원인이 되어 뇌출혈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워낙 어린 학생의 신분이기에 사회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이었고 정부에서도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 실습생들은 고등학교 학생 신분이면서 현장에서는 근로자 신분이 되기도 하는 이중적 신분 때문에 애매한 입장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실습형태를 놓고 판단할 때 실습생들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부인할 아무런 근거 또한 존재치 않기 때문에 당연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대상자로서 그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지난 2005년 엘리베이터에서 작업하던 실습생이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에서는 이른바‘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여 그 문제점을 보완하여 시행하여 온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이러한 방안이 사실상 폐기되었다. 즉 정부는 2008년 4월 학교 자율화를 내세우며 특성화고 취업기능 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는데, 해당 사업은 2년 내에 실업계고의 취업률을 2배로 향상하며, 이를 위하여 학교 취업률에 따라 예산을 차등배정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 통폐합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해당 학교에서는 취업률 제고를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즉 현장실습이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장실습과 아르바이트, 해외견학까지 취업률 산정에 포함되어 집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특성화고 학생 중 약 40%인 6만 명 정도가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는데, 정부는 올해 40%를 넘어선 특성화고 취업률을 내년에는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일선의 한 교사는 “정부는 목표 취업률에 미달하는 특성화고를 통폐합이나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협박하고, 학교는 학생의 교육과 무관하게 현장 자체에 나가는 것이 곧 취업률이라고 생각한다. 고교생 취업 관련 예산 지원도 취업률이 높은 학교에만 지급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만 18세 미만인 자는 연소근로자로서 취업금지 직종이 정해져 있으며, 1일 7시간(1주4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없으며, 연장 근로도 1일 1시간, 1주 6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규정되어 있다. 또한, 야간 근로와 휴일근로 역시 실습생 본인의 동의와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만 근로가 가능함에도 현실은 이와 동떨어지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뇌출혈로 쓰러진 실습생은 조사결과 성인근로자와 같이 주야 교대 근무를 하였으며, 주당 최대 72시간 장시간 근로를 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쓰러진 학생은 대학진학을 앞두고 스스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어린 학생의 꿈과 인생도 사회의 무관심과 어른들의 이기심의 결과로 허무하게 쓰러져 버린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인건비 절감의 대상이 되고 업무에 활용하기 쉽다는 편리 주의적 사고로 인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참담한 심정이 들 뿐이다.

18살 꿈 많은 나이에 어린 학생들은 스스로 학비를 벌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고운 꿈을 키우며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그곳에 어른들의 이기심(비용절감의 대상으로서 값싼 노동력을 지닌 사용하기 편한 대상)만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한국의 미래는 분명 밝지 못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현장 실습생 제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근무시간 단축, 야간 및 휴일근로 금지, 유해 업무부서 근로금지, 현장실습 노사정 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정부도 다시 뒤늦게 여러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타당한 의견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은 절대로 어른들의 부의 탐욕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이 아니고 미래의 우리 사회를 책임지고 끌고나가는 우리나라의 아들딸들이라는 사고를 갖는 사회의식이 정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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