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더불어 삶을 풍요롭게
예술과 더불어 삶을 풍요롭게
  • 양병호
  • 승인 2012.02.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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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세계주의 시대이다. 시대적 사조와 경향을 함축하는 이러한 언명은 우리들 삶의 방향과 제약을 동시에 제시한다. 예컨대 자본주의는 인생이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로 자본 혹은 물질을 내세운다. 또한, 자유주의는 자본의 획득을 위하여 무한 경쟁하기를 요구한다. 나아가 세계주의는 자본의 획득을 위한 무한 경쟁이 국부적이거나 지역적 차원이 아니라 전 지구적이라는 사실을 명시한다. 이러한 무한경쟁으로 인해 현대사회에는 협력과 소통의 대상으로서의 인간은 사라지고 경쟁과 질투의 라이벌로서의 입장이 부각 강조된다.

이와 같은 시대적 풍조는 지구인의 삶을 여러모로 발전 부흥시키는 한편 한 방향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제한하거나 구속한다. 이 시대에 상찬받는 긍정적 가치는 물론 경쟁, 효율, 속도이다. 이러한 가치는 생산력의 증대와 더불어 활발한 소통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를 제공한다. 우리는 물질적 풍요가 주는 단맛에 취해 더욱 안락한 삶을 희구한다. 하여 더욱 많은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기 위하여 밤낮으로 숨가쁘게 내달린다. 모두 승자를 꿈꾸며 아등바등 시간의 바람 속을 정신없이 내달린다. 휴식과 성찰의 시간은 생략 압축되어 소멸하고 오로지 승자가 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의 삶만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시야를 가린 경주마처럼 앞으로만 마구 내달리다 보니 생의 푯대가 희미하다. 아니 삶의 진정한 목표와 의미를 생각하고 느낄 여유가 없다. 주체적 삶을 영위하면서 삶의 갈피를 되새김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대인은 매급시 쓸쓸하다.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잠자고 사랑하고 꿈꾸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그리하여 또다시 현대인은 마침내 허무하다. 몸은 살찌고 평화로운데 마음은 마르고 고통스럽다. 정신과 마음이 경쟁과 효율과 속도의 톱니바퀴에 끼여 망각된 통증으로 아프다. 몸은 행복할지 몰라도 마음의 평화는 하염없이 퇴색되어간다.

이러한 정황은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우리나라 전역에도 만연되어 있다. 한국인들 모두 경쟁, 효율, 속도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정거장 없는 길을 달리느라 외로움과 허무를 느낄 여유도 없다. 한국인들은 인생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밤낮없이 그리고 너남없이 자아를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누구나 실용주의 강령 아래 효율적인 기능인으로서의 가치를 향상시키고자 골몰하며, 다양한 스펙 쌓기에 천편일률적으로 허겁지겁 매달리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인은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이라는 강령에 따라 직장 조직에 합당한 기능인 자격을 전력투구 연마하고 있다. 현대인은 자아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조직이나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에 효율적인 객체가 되고 만다.

이러다 보니 인격 도야 혹은 정서 함양과 같은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는 내면 교육과 학습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 인간적인 내면의 성찰과 사유를 통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하여 인격을 고양할 여유가 없다.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로지 효율성과 속도만을 중시하는 건조한 생활이 연속된다. 그리하여 현대인은 질병을 유발하는 각종 스트레스와 긴장에 점철된 생을 살고 있다. 현대를 지배하는 풍경에는 삭막하고 건조한 기후만이 존재한다. 일찍이 니체가 고민했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을 찾아보기 참말로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현대인들의 내면에는 차갑고 황량한 사막의 건조한 모래폭풍이 자욱하다.

우리 인간은 삶을 영위하면서 궁극적으로 행복을 지향한다. 그런데 행복은 물질적 풍요와 안락만으로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몸의 행복과 더불어 반드시 정신적 안정과 정서적 풍부함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경쟁과 효율과 속도에 지친 현대인의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위무하여 정서적 평안을 제공하는 매체로 예술이 있다. 예술은 반복적인 일상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딱딱한 가치관을 물렁물렁하게 해줌으로써 유연한 탄력적 사고를 제공한다. 예술은 삶과 세계에 대한 혁신적 통찰을 통해 미적 감동을 제시함으로써 인생을 풍부하게 확장하여 준다. 현대인은 몸의 행복과 더불어 마음의 평화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하여 황량하고 허무한 현대인은 능동적으로 예술을 향유함으로써 건조하고 삭막한 이 시대를 허위허위 건너가기를 바란다.

양병호<시인/전북대 인문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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