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을 완주로 전주 통큰 정치 필요
효성을 완주로 전주 통큰 정치 필요
  • 황석규
  • 승인 2012.01.17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못의 물을 다 퍼내어 고기를 잡으려 든다면 어찌 물고기를 못 잡겠습니까. 하지만 내년에 잡을 고기가 없을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먼 장래를 고려하지 못하는 모습을 설명한 고사다. 바로 갈택이어(竭澤而魚)라 한다.

전주가 효성을 유치하는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갈택이어의 모습을 보인다.

당장의 효성 유치만을 생각할 뿐 효성 유치를 통한 완주와의 통합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송하진 전주시장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100년 먹을거리를 만들어낸다는 탄소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잰 걸음이다. 김완주 전북지사도 거들고 있다. 효성 유치지역 토지주들에게 대승적인 결단을 요구했다. 전주시는 2012년을 탄소 중심 도시 전주의 원년을 삼겠다고 밝혔다. 전주시가 발전하기 위해 이 지역이 탄소 산업의 메카가 돼야 한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의 과정이며 그 과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유치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이달 말까지 토지주들의 기공승낙이 없다면 효성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추측이 당위성을 갖고 언급되고 있다.

전주 유치가 무산된다면 100년 먹을거리라는 탄소는 영영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도 안 좋아지면서 다른 기업들의 유치와 투자 역시 받기 힘들어진다.

결국, 전주시는 이 지역 토지를 강제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토지주들과의 협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정력으로 구속하겠다는 계획이다.

필자는 애초에 완주로 효성을 보내는 방안에 대해 모색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주시의 통 큰 행정이 필요했다. 전주는 100만 광역도시를 꿈꾸며 완주와의 통합을 염원하고 있다. 전주와 완주 모두가 살길이다. 통합이 이뤄진다면 효성이 어딜 가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면 대전과 광주 등 주변 대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의 행정구역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전북의 세력 약화가 불가피하지만 전주·완주의 통합이 성사되면 대전, 광주 등 대도시와 동등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효성 유치 건도 완주에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다면 완주와의 통합 이전에 선물을 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송하진 시장 자신이 전주에 뭔가를 해내고 말겠다는 치적 우선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전주의 미래를 바라봤어야 한다. 완주군은 전주시와 익산, 군산에 이어 가장 많은 예산을 확보한 지자체다. 실질적으로 완주군은 전주시보다 가용예산이 많을 수 있다. 전주시는 예산이 부족해 시작하지도 못한 사업을 완주군은 척척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완주군에 효성이라는 대기업을 양보하는 모습이라면 완주군민들은 물론 완주군에서도 오히려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주. 완주 통합의 당위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전주시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할 수 있다. 전주에만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편협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갈택이었을 뿐이다.

김완주 전북지사의 행태도 불만스럽다. 김 지사의 최근 모습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즉 꿀만 따먹으려는 것 아닌가.

전주나 완주나 모두 전라북도 아닌가? 그렇다면, 완주와 전주의 통합을 위한 전북도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효성 문제도 이 중 하나다. 전주시의 효성 유치문제와 완주 전주 통합을 연계시키는 생각조차 못하면서도 자신이 통합의 물꼬를 텄다는 인상만 도민들에게 심어주려는 듯 하다. 완주와 전주를 한 자리에 모아 효성 이전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한다. 애초에 효성을 완주로 이전키로 했다면 효성 입장에서는 공사 착공이 지연되지 않아 좋고 완주는 대기업을 유치해서 좋다. 전주는 완주를 통합하는데 명분을 쌓아 좋다.

통합이 되면 어차피 완주도 전주다. 잃을 게 없는 현답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렇게 할 경우 현실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 정책과 행정이 말 한 두 마디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수 년간 발로 뛰고 공부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비롯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안 되는 일에 목을 매는 것보다 2차 3차의 카드는 염두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효성을 놓친다면 전주로서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효성 유치와 완주와의 통합. 두 마리 토끼를 부드럽게 잡을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황석규<전북생활체육협의회 명예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