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백인수씨 "저는 꿈이 있어요"
장애 백인수씨 "저는 꿈이 있어요"
  • 김상기
  • 승인 2012.01.12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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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각장애 2급 백인수(25)씨는 전북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마스터인쇄기를 다루는 작업장에서 표정은 밝다. 신상기기자kppa62@
전주시 효자동 소재 전북장애인보호작업장. 12일 오전 작업장에 들어서자 웅웅대는 기계음으로 바로 옆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곳이 바로 청각장애 2급의 중증장애인 백인수(25)씨의 직장이다.

굉음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작업에만 열중인 백씨의 표정은 해맑기만 하다. 백씨를 포함한 10여명의 장애인들은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행정봉투를 만들고 있었다.

지난 2007년 전남대병원에서 왼쪽 귀 인공 와우 수술까지 받았지만, 보청기를 껴도 일상적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백씨의 청각장애는 심각하다. 하지만 소란한 작업장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장애인이다. 특히 그중 70% 이상은 상황이 좀 더 심각한 중증장애인이다. 중증장애인은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 당당히 사회인으로 그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곳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직업적응능력과 직무기능향상훈련을 실시하고, 보호적 조건에게 근로조건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이들에게는 일정액의 임금이 지급되며, 장애인근로사업장이나 일반사업체로의 취업도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백씨가 처음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경증장애인은 몰라도 장애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조건에서 일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백씨가 다루는 마스터인쇄기도 숙련된 비장애인은 혼자 다룰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뇌병변4급의 박종환(34)씨와 한조가 돼 일을 하고 있다. 개인별 직무분석을 통해 장애인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이곳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백씨는 지금도 기계를 다루면서 가끔씩 손가락을 다친다. 여기 저기 살짝씩 긁히는 잔사고들이고, 이제는 제법 재미도 있고 할만하단다. 직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수화를 할 줄 아는 동료가 없어 대화는 대부분 몸동작이나 종이에 글을 써서 하지만, 이곳에서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동료애가 있어서 좋다. “일이 재미있어요. 다른 분들도 잘해주시고….”

백씨는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특히 같은 청각장애인 친구들과 농구하는 걸 즐긴다. 학교나 집 근처 농구장에서 같이 농구하는 친구 5명을 “가장 친한 친구들이예요”라고 말할 정도다. 집에서 아버지에게 컴퓨터도 배워 하루에 몇시간씩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다. 전에는 게임을 주로 했는데, 요즘은 영화를 자주 본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지금은 일을 해서 그렇지만 2년전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화실까지 다니며 열심히 배웠다. 지금도 집에서 매일 같이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미래의 꿈은 선생님이다. 백씨 스스로도 그 꿈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선생’이라는 꿈이 그에게는 있다. 그것이 중요하다. “어떤 선생님이 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진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국어나 수학, 체육을 가르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거든요.”

장애인보호작업장의 강병은 원장은 “장애인이 집에 혼자만 있게 되면 다른 기능마저 쇠퇴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며 “우리 사회가 중증장애인들이 생산한 물품을 많이 구입할수록 백인수씨와 같이 장애인들의 사회복귀는 그만큼 더 촉진되고, 그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기기자 s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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