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다고 뛰어내려?
그런다고 뛰어내려?
  • 김진태
  • 승인 2011.12.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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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대학수능결과가 수험생들에게 통보되었다. 며칠 후 출근길에 부녀자들이 나누는 얘기를 어깨너머 듣게 되었다. 소곤거리며 나누는 얘기중에 언뜻 “…그래서 뛰어내렸대~” 더욱 작아지는 소리에 그 이상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불길한 느낌과 상상을 거둘 수 없었다. 열심히 준비한 수험생 입장에서 저조한 결과는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의 충격일 것이다. 도대체 이 성적으로 앞으로 헤쳐나갈 길이 도저히 없을 것 같은 절망감도 들 수 있다.

그래도 세상을 살다 보면 그 이상의 시련과 절망감이 닥쳐온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그 심정이야 오죽하랴마는 어른들 말씀처럼 세상을 살다 보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어떤 시련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개인적인 경험과 노력, 그리고 능력을 발휘해서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도저히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하는 일들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 일의 성패가 달라지는 것에 사람들은 그리 크게 좌절하지는 않는다.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거나,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암울하다. 개인의 문제로 인한 낙담이 아니라 이 정권과 사회가 보여주는 현상으로 인해 암울하다. 더불어 계층 간 갈등과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해결 기미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미래가 더욱 걱정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후대들의 미래까지 말이다.

어렌지 발음을 시작으로 개시된 미국 친화적인 정책과 결정은 결국 국회에서 벌어진 한미FTA날치기로 정점을 보였다. 그 장면을 보면서 국민의 대의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던 사람들의 국적이 어디일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곧 이어 종편개국 소식도 들려왔다. 모두가 반대하고 싫어하는 일을 임기 말기에 서둘러 진행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국회날치기 무효와 한미FTA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추운 날씨에도 쏘아 대는 물대포도 그렇다. 예전에 그랬듯이 나중에 시간이 가면 이면의 속사정들이 드러나겠지 하는 괜한 여유를 부려본다.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에 대한 해결노력은커녕 국민적 합의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던 4대강사업 현장에서 벌써 물이 줄줄 새고 있다는 보도는 본전생각 제대로 나게 한다. 그 예산이면 국가의 미래인 청년층을 포함해서 해결할 수 있는 당면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부질없는 셈만을 하릴없이 되풀이해보는 것만으로 가슴속 뜨거운 기운을 식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한층 더 한심하게 느껴진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회상해 본다. 한 해 동안 있었던 다양한 일들이 누구에게는 기쁨을 주고, 누구에게는 서운한 마음을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만족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서운하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런 모습과 마을을 지닌 채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언제까지 마냥 희망의 끈을 이어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항상 참고 인내하는 생활이 미덕이라고 언제까지 얘기하면서 살아야 할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은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새롭게 맞이하는 내일이 결코 어제와 같지는 않다는 점을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말이다.

투표를 포함해서 자신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다시는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현명함을 모으는 지혜와 준비가 필요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답이 보인다.

김진태<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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