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문화를 이야기하다
간판, 문화를 이야기하다
  • 송민애기자
  • 승인 2011.12.0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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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간판은 자유의 여신상과 같다. 언제나 홀로 서 있지만 항상 무언가 말하고 있다.”

간판이란 기관, 상점, 영업소 따위에서 이름이나 판매 상품, 업종 등을 써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게 걸거나 붙이는 표지를 말한다. 집을 나서는 순간 혹은 TV를 켜는 순간 일상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간판들. 보통 사람들에게 간판은 그저 정보를 전달해주는 하나의 조형물일 뿐이다.

하지만, 간판쟁이 김준영에게 간판은 특별하고도 흥미진진한 사유물이다.

그는 간판이 문학이나 회화 그리고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깊이 있게 관찰하고 사유한다. 지난 2009년 ‘김준영의 세계 간판 기행’을 통해 지구촌 간판들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줬던 저자가 이번에는 간판 속에 담긴 문화적 현상을 다룬 에세이집 ‘간판 문화를 이야기하다(펴냄 위즈덤 피플)를 발간했다.

이 책은 문학, 역사, 회화, 디자인 그리고 인간의 삶에서 찾아낸 간판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시, 소설, 영화는 물론 역사, 회화, 디자인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며 간판에 대해 의미 있는 통찰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간판을 예술적 영역으로 이끈 예술가의 시선을 마주하며 시인이나 소설가에게 혹은 영화감독이나 화가에게 간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아본다.

20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혁명 시인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로비치 마야꼬프스끼는 1915년 발표한 ‘바지를 입은 구름’이라는 시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 풍경이 싸구려 간판장이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또,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하얀 팻말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나약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간판의 형태나 기능과 더불어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 즉 시대상을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잡아냄으로써, 간판과 사회에 얽힌 복잡한 관계를 독해해낸다. 이를 통해 저자는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간판 하나에도 시대와 역사와 사회의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 김준영은 전북 부안에서 출생했으며, 서울에 위치한 유명 옥외광고회사와 대행사 디자인 실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광고, 특히 간판에 관한 글을 주간 신문과 월간지에 연재하고 있으며, 급속하게 도시화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 옛날 간판과 시각 이미지를 찾아다니는 중이다. 펴낸 책으로는 소설 ‘바람이 전해준 그림’(2003), 지구촌 간판들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 ‘김준영의 세계 간판기행_Vernacular DeSign’(2009)과 ‘아아! 채석강’(2010) 등이 있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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