퀭한 시린 가슴 시심으로 녹이자
퀭한 시린 가슴 시심으로 녹이자
  • 송민애기자
  • 승인 2011.12.05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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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이다. 언제나 그렇듯 연말이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왠지 모를 공허함이 가득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 때문일까. 저물어가는 한 해에 대한 진한 그리움 탓일까. 퀭한 가슴에 일렁이는 차가운 바람은 멈출 줄을 모른다. 쌀쌀한 겨울의 추위에 몸도 마음도 시린 요즘, 따뜻한 감성 가득한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봄은 어떨까. (편집자 주)

▲판다를 위하여

무려 10여 년 만이다. 1999년 첫 시집 ‘원숭이는 날마다 나무에서 떨어진다’를 낸 이진숙 시인이 먼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두 번째 시집 ‘판다를 위하여(출판사 나무아래서)’로 돌아왔다. 더욱 성숙하고 깊어진 언어로 말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저자는 시인에게 있어서 고독은 철저한 운명이며 본질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이는 대상으로서의 언어에 대한 탐구 자체가 존재적 고독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물과 소통하고 교감하게 하는 촉수이자 감각으로써, 재앙이며 동시에 축복으로써, 충일된 내적 공간으로써, 고독은 시의 존재론적 가치다. 저자는 언어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적막을 통해서 고독을 끌어올림으로써 사물을 관조하고 사물과 교감한다.

▲길

시인이자 수필가 그리고 칼럼니스트로서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형중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길(펴냄 신아출판사)’을 발간했다. 사람은 모두 삶의 선택이란 이름 아래 길을 찾아 나선다. 오랜 세월 교단에서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온 시인은 총 6부 85편으로 구성된 시집에서 삶이라는 이름 아래 갈라진 수많은 길에 담긴 사연과 이야기를 전한다. 1부 ‘인생 그리고 길’에는 삶의 길을, 2부 ‘흔적들은 그리움으로’에서는 인생의 그리움을, 3부 ‘어머님 전상서’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은혜를, 4부 ‘세월의 향기’에는 지나온 삶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5부 ‘인연 그리고 이별’에는 맺고 푸는 인연의 기쁨과 슬픔을, 6부 ‘운명’에서는 깊은 사색의 편린들을 담고 있다. 그는 상징과 은유, 외연과 곡선, 역설과 아이러니들을 멀리한 채 직선과 직유로 길 위에 선 자신의 모습과 삶을 성찰하고 있다.

▲물의 나이

시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당당히 등단한 황경순 시인이 첫 시집 ‘물의 나이(출판사 시선사)’를 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시의 길에 들어선 늦깎이 시인인 만큼 이번 시집에는 남다른 열정과 에너지가 살아 숨 쉰다. 시인은 신선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자연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냈다. 그는 사물에서 받은 느낌과 충격을 날 감각 그대로 살리고자 사물의 모습과 그 정황을 생생하게 그려 실재의 그것처럼 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은 그가 자연과 함께 써온 시는 물론이고 자연 속에서 틈틈이 그려온 서양화 그림이 담겨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꾸며졌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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