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는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없다
  • 김동열
  • 승인 2011.11.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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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요즘 골칫거리다. 국가부도 일보 직전이라고 한다. 그리스만큼은 아니지만 이태리도 요즘 부도 위험이 올라가고 있으며, 로마 시내가 불타는 등 국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리스, 이태리,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4개국에서 시작된 재정위기의 여파가 유럽, 미국, 세계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와 이태리가 어려운데, 제우스나 포세이돈과 같은 신화 속 영웅들은 어디서 뭘 하는가? 하지만, 신화와 현실을 혼동하면 안 된다. 신화는 신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다.

그런데 그리스가 어려운데 왜 한국경제에 불똥이 튀나? 그만큼 우리가 그물망으로 연결된 세상, 세계 각국과 영향을 주고받는 세계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풀기 어려운 자연현상이나 물리현상을 설명하는데 나비효과 이론이 인용되었지만, 이제 나비효과는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양쯔강에 있는 나비들의 날갯짓이 모이고 모여서 영향을 주고받으면 결국 미국 미시시피 강에 홍수가 일어나고, 브라질의 나비들이 날아오르면 미국 텍사스 주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이론을 잘 믿지 않았다. 사람들 반응은 설마였다. 그런데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처럼 우리는 위기의 전염이 무척 빨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위기의 도미노 현상을 여러 차례 경험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외환위기에 감염된 바 있다. 온 국민들이 나서서 금모으기 운동을 하고, 금리가 20%가까이 폭등하고,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난리를 겪은 후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2008년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나갔고, 우리 경제도 한 때 위험에 빠질 뻔 했으나, 미국-중국-일본 등과 위기에 빠지면 서로 돈을 빌려주자는 통화스왑 협정을 맺은 후에야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2010년 시작된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아일랜드, 미국, 일본 등으로 전염되고 있다. 우리도 안전선 밖에 서 있는 건 아니다. 남의 집 불구경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하지만, 여러 가지 잠재된 위협요인들이 남아 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최근 복지수요의 급증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그물망처럼 연결된 세계화 시대에 밖에서 난 불이 집안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우리 내부의 결속과 현명한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리스와 이태리, 미국, 일본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서 국민들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위 재정위기 국가에 리더십의 위기가 겹쳐서 더 곤경에 빠져 있다. 그러자,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이 뒤따랐다. 즉, 국내외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 리더십,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그런 국가적 리더십이 존재하는지 불안하다. 한미FTA를 둘러싼 여야간 갈등, 막다른 골목에서 서로를 향해 육탄전을 벌이는 불통의 리더십을 보면 참으로 불안하기 그지없다. 계속해서 토론하고 차이점을 좁혀가는 선진화된 사회는 아득히 먼 것인가?

그리고 남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리더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견제하면서 올바로 따라가는 팔로워십도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 삶을 남에게만 맡기지 않고 스스로를 리드하면서 풍요롭게 만드는 자기리더십(self leadership)도 함께 중요하다. 리더십, 팔로워십, 셀프리더십 이 세 가지가 우리 사회에 조화롭게 자리 잡아 품격 높은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에서 사는 것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고지가 저기 멀리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비전은 GDP(국내총생산)가 높은 나라가 아니라 ‘삶의 질’이 높은 나라로 바뀌어야 한다. 5천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을 리드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나라, 리더와 팔로워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나라, 돈과 같은 물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가족의 행복, 자연친화적 라이프스타일도 존중받는 나라가 바로 삶의 질이 높은 나라다. 이처럼 품격 있는 대한민국, 김구 선생께서 주창하셨던 ‘문화가 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살기 좋은’ 대한민국의 꿈도 신화에 불과한 것인가?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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