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북자, 통일 일련의 관계있는 말들에 대하여
북한, 탈북자, 통일 일련의 관계있는 말들에 대하여
  • 정진숙
  • 승인 2011.11.0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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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 유목, 떠돌이라는 뜻을 가진 러시아어 ‘꼬체비예’(кочевье)에서 유래한 단어 ‘꽃제비’

는 북한의 가난한 떠돌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2010년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꽃제비로 살아가는 여성을 방송한 적이 있다. 그 여성은 오래지나지 않아 사망했다고 한다. 23살의 나이였지만 오래된 굶주림과 떠돌이 생활로 그녀의 모습은 40대 같아 보였다.

북한하면 떠올리는 북핵, 3대세습, 김정일, 김정은 그런 자극적 단어 뒤에 숨겨진 북한사람들의 실상은 너무나도 슬프고 열악하다. 탈북자들이 모두 굶주림에 지쳐 탈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풀죽’조차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시도 한다. 만약 두만강과 압록강 주변에 탈북하다 죽은 이들을 위한 십자가를 세운다면 두만강과 압록강의 주변은 십자가로 가득 찰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제3국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탈북자들까지 생각한다면 그 수는 어마어마해 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을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나라도 아니고 한 민족인 우리가 북한을 정치적으로만 접근한다면 누가 북한의 굶고 박해받는 국민들을 챙길것인가. 북핵, 세습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소수의 간부들을 제외한 국민들은 다르다. 우리가 더 이상 쌀을 주지 않아서 괴로운건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라 북한의 무고한 국민들임을 다시 한번 생각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모든 탈북자가 배고픔 때문에 탈북하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은 어떤 관점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순수한 계급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북한은 출신성분에 따라서 이동과 직업까지 제한을 받는다. 이것이 탈북자들을 모두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돼는 이유이다. 어떤 출신성분이든 탈북은 위험하다.

하지만 출신성분이 좋은 경우 외국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수월하게 한국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대사관으로 갔을 때 대우마저도 다르다고 하니 북한에서의 좋은 출신성분이 탈북에도 도움이 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정치적 박해 때문에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라고 한다. 이유는 달라도 목숨부지가 힘든 상황을 버티다 한국으로 오는 것은 같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로 같은 탈북자들이라도 북한에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북한에 대한 그들의 견해도 같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집단의 말만을 듣고 북한의 상황을 가늠할 수 없다. 또 미래에 통일이 되었을 때를 생각한다면 우리와 북한주민들간의 이질감도 크겠지만 북한 주민들 간의 출신성분의 차이로 그들사이에서의 괴리감도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일’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탈북여성과 함께 하는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발표를 맡은 탈북여성이 이러한 말을 했다. “통일이 되면 한 세대는 희생을 하게 될 것이다.” 라고. 20년전 통일을 한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이 나았지만 국민들은 힘들어 할 수 밖에 없었다. 분단되어 있을 때도 교류가 가능했던 독일의 상황도 좋지 않았는데 반세기가 넘게 떨어져 있었던 우리의 통일 후는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독일이 통일을 앞두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통일이 언제 될 것인가에 대한 문항이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서 국민들은 주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통일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어느날 갑자기’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 통일이 된다면 탈북 여성의 말처럼 우리의 희생이 따를 일이 될 것이다. 힘든 상황이 되었을 때 정치적인 관점보다 같은 민족이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통일과 지금의 북한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진숙<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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