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판매와 스토리텔링
농산물 판매와 스토리텔링
  • 황의영
  • 승인 2011.10.2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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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장수군 장계면에 다녀왔다. 가고 오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푸르고 높디높은 가을 하늘은 따스한 햇볕을 내리쬐고 있었다. 황금물결 일렁이는 들녘에는 오곡백과(五穀百果)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우리 고향의 산야에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눈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산으로 발걸음을 내딛도록 유혹하고 있었다. 단풍잎보다도 더 붉게 들판을 물들이는 사과밭의 탐스런 사과가 침샘을 자극했다. 그지없이 다정하고 포근한 정경들이었다. 어릴 적 느끼던 어머니의 포근한 품속과 같았다. 그래서 고향이 좋은 것이 아닌가? 고향은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고 자랄 때 추억은 아름답기만 하다.

‘장계 가는 날’ 행사 성황 이루다

제5회 ‘장계 가는 날’ 행사에 참석했다. 농협 앞의 대로를 막고 300여m가 넘는 길 양편에 좌판을 마련하고 농산물과 그 가공품을 판다. 참깨, 들깨, 콩, 팥, 사과, 배, 버섯, 인삼, 배추, 대파, 고들빼기 등의 농산물과 두부, 묵, 된장, 고추장, 참기름, 들기름, 오미자차, 조청, 한과 등 농산가공품이 좌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청정자연에서 자란 무공해 농산물과 그 가공품들이 가득하다. 이 농산물들은 단지 농산물이라고 하는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보약이다. 왁자지껄 팔고 사며 흥정하는 소리가 시끄럽다. 이날 농산물과 가공품은 장계농협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한 것들을 가지고 나와서 팔았다. 그리고 사는 사람들은 장계농협과 자매결연을 맺은 대도시의 부녀회와 주부대학 동창생들이다. 서울에서부터 거제도 장승포에서까지 도시민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2천여 명 넘게 참석했다. 대도시의 번잡한 거리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장계의 길목을 채웠다. ‘장계 가는 날’은 발음상 장가가는 날과 비슷하고 장가가는 것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변환점이 되는 날이다. 이런 의미와 같이 장계 가는 날 행사에 오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고 하는 뜻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농협 측의 설명이다. 농업은 경영이다. 물론 농사를 잘 지어야겠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제값을 받고 잘 파는 것이다. 어떻게 파는 것이 잘 파는 것인가? 물론 좋은 값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좋은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잘 사서 효용가치를 크게 느껴 만족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품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농산물마케팅에 스토리텔링 도입하자

복분자를 장복한 사람이 오줌을 눴더니 요강이 뒤집어졌다고 하여 전국적으로 선풍을 이루어 고창지방을 복분자의 고장으로 만든 복분자는 쌀에서보다도 더 높은 소득을 농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삼국시대 백제의 서동이 서라벌에서 신라의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서 구워서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노래하도록 했다는 익산의 ‘서동마’와 같은 농산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이를 마케팅에 연결하고 있다. 참으로 소중한 분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어 드리기 위해 정성을 다하여 생산했다고 하는 쇠고기의 전라북도 광역 브랜드 ‘참예우’가 전국적으로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섬진강과 금강의 발원지인 논개의 고장 청정지역 장수에서 맑은 물과 공기 속에서 생산되는 한우, 사과, 오미자, 토마토가 품질면에서 국내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고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장계 가는 날’ 행사는 장가를 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장계에 와서 우수한 농산물을 사가지고 가도록 한다. 가루지기의 활동무대였던 남원 지리산지역의 어떤 농산물을 남자들의 강장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이를 상용한 가루지기가 그렇게 스태미나가 좋았었다고 선전하면 불티나게 팔리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기가 센 지역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마이산, 이를 농산물 판매에 이용하면 어떨까? 기(氣)가 센 지역 진안에서 생산한 홍삼이기 때문에 수험생 등이 기를 보충하는 데 그만이라고 하면 어떨까? 10월 24일이 ‘사과데이’다. 이 날은 둘(2)이 사(4)과 한다는 뜻을 담아 제정됐다. ‘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에게 사과(謝過)하는 의미로 사과를 선물하자는 취지로 사과를 홍보하고 적극 소비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이런 의미의 ‘오리데이’, ‘가래떡데이’, ‘오이데이’ 등이 있다. 오늘날의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우리 고장의 농산물에 스토리텔링을 만들자. 역사 속의 인물이나 사실과 연계하여 이야기를 만들자. 그런 거리가 없다면 전래동화나 설화, 소설 속에서라도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만들자. 그래서 농산물과 연계하고 도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게 하고 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보자. 우리 농산물이 없어서 못 파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황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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