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자들의 못난 짓
똑똑한 자들의 못난 짓
  • 김진
  • 승인 2011.09.29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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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말 그대로 <無주식 상팔자> 시대인 것 같다. 당장 쓰고 죽을 돈도 없는 이들이 듣기에는 행복한 고민 같지만, 서푼이라도 있는 돈을 불려 보려고 애를 쓰는 서민들에게도 고통이 찾아오고 있다. 이자 몇 푼 더 받아 보려고 제2금융권에 넣어 봐도 쪽박 차고, 주식투자 했더니 그도 반 토막이다. 나라꼴이 이런데도 권력을 가진 이들 중에 돈맛들인 놈들은 입만 때면 수억, 수십억씩을 챙겼다하니 상실감까지 더해 기운이 빠진다.

*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주식

그런데 얼마 전 다소 위안이 되는 글을 읽었다. 어느 역학자가 말하길, 재물에 대한 탐욕을 내려놓을 줄 모르면 돈을 쫒다 나락에 떨어지거나 목숨마저 잃게 되는 것이 오행의 원리라는 것이다. 그런 오행의 이치를 설명하기 위해 김제의 마늘밭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처럼 돈을 땅 속에 묻는 일은 오행의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행에 의하면 돈은 재물이니 그 원천은 물(水)이고 땅은 토(土)이니, 토극수(土克水) 즉 흙과 물은 서로 상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비닐에 담아 땅속에 잘 묻어 보관해도 썩거나, 아니면 반드시 사단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치 김제 마늘밭의 돈처럼 어떤 사단이 나고야 만다는 것이다. 하기야 멀쩡한 돈 같으면 누가 땅에 묻겠는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돈이기에 그 같은 짓을 했을 테니, 굳이 오행을 따지지 않아도 사단이 나는 게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문제는 그리 사단 나게 땅에 묻지도 않았고, 정당하게 번 돈 마저도 주가하락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토막 나고 있으니 환장할 일인 것이다. 이리 예측이 어려울 때나, 간혹 목돈이 생긴 이들 중에 재테크에 대해 묻는 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학박사니까 돈 굴리는 방법을 잘 알 것이라는 생각에서 묻는 것일 게다. 하지만 돈이란 것이 마음 같지 않아서, 경제 좀 안답시고 깝죽거리며 몇 바퀴 굴리고 나면 전문가들도 깡통 차기 일쑤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너무 힘들고,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판에서 별 뾰쪽 수야 없겠지만 걱정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 작은 도움이라도 전해 보고자 한다. 누구나 알듯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즉 가지고 있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는 여러 가지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물가상승이 이어질 때 부동산과 주식이 함께 뛰기도 한다. 또 장기적으로 회복가능성을 믿는다면 긍정적인 투자시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사 그렇게 부동산과 주식이 오른다고 해도,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끝 무렵이다. 쉽게 말하자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당국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은행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돈을 거둬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경기는 급히 하강하게 되고, 당연히 부동산과 주식시세도 급락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돈을 불려 보기 위해서 부동산과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심할 때는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 인플레이션의 습격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밀튼 프리드먼은 수상소감에서, ‘못된 이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죄보다, 잘못된 논리를 펴는 이들이 뜻하지 않게 저지르는 범죄가 더 많다.’고 했다. 이는 19세기 말에 프랑스의 통화정책에 실패했던 학자나 금융당국자들을 ‘뜻하지 않은 범죄자’로 규정했던 듀퐁 의원의 연설을 인용한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의 위기는 실물경제보다 금융경제를 지나치게 키운 똑똑한 사람들의 짓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고통은 금리나 유동성, 부채관리 등 적절치 못한 통화정책을 편 뜻하지 않은 범죄자들 덕분이다. 결국 <똑똑한 사람들>과 <뜻하지 않은 범죄자>들의 못난 짓 덕분에 열심히 일한 당신! 더 뼈 빠지게 일할 일만 남았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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