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을 만들려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려면
  • 이한교
  • 승인 2011.08.29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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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난다. 차라리 망치로 부숴버리고 싶다. 진드기처럼 달라붙는다. 토요일 하루 PC 화면을 점령하고 있는 안전진단 치료프로그램과 싸우다. 앞뒤 손발 다 들었다. 며칠 전 PC에 문제가 있어 해결방법을 찾으려 이곳저곳 검색했더니, 갑자기 10개가 넘는 바이러스 진단치료 프로그램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것은 삭제조차 되지 않았다. 교묘하게 결재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했다. 삭제된 것도 대부분 재부팅 하면 되살아났다. 마치 불사조 같은 이들과 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결국, 포맷 초기 설치로 복원하고서야 싸움을 마쳤다. 요즈음 이런 황당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KBS 1TV에서는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고발을 방영했다. 이것 역시 매번 반복되는 내용이다. 사실 소고기를 속여 파는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유명식당이 수입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일 또한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노다지를 발견한 것처럼 계속 신나게 방송하다 보면,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게 되고, 마치 사회 문제가 보통사람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거듭되는 방송을 통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도 많지만, 좀 더 살맛나는 세상으로 바꾸려면 카메라가 지도자를 먼저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국회의원이 주차는 잘하고 있는지, 회의 출석은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정한 머슴으로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지 낱낱이 보여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서울시 주민투표 결과를 두고 각 대표가 이분법으로 접근하는지 속마음까지 투시해 줘야 한다. 권력투쟁의 시계가 6개월 앞당겨져서 여야가 첨예하게 엇갈려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는데, 그 진실은 무엇인가 국민은 알고 싶은 것이다. 또한, 3천억 원의 대선자금을 건넸다는데 받은 사람은 헛소리라고 말하는 전직 지도자의 진실도 밝혀야 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서울시 교육감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대가성이 전혀 없이 수억 원을 건넸다고 말하는데 어느 누가 그 진실을 알 수 있을까. 본인 스스로 분명 변명은 변명으로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자꾸만 말 바꾸기를 하는 그 진실이 무엇인지 서로를 위해 밝혀줘야 한다. 더욱 답답한 것은 똑같은 사안에 대하여 한편에서는 즉각 자진하여 사퇴하라 하고, 또 다른 측에서는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느냐고 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누가 맞는지 알아봐 줘야 한다. 그리고 KAL 폭파범 김현희를 놓고 정권 때마다 조작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명백한 증거라며 자료까지 제시하며 김현희는 분명한 폭파범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똑 같은 주장에 대하여 국민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어 헷갈려하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국민의 방송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국민은 유리 바퀴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자갈밭으로 수레를 몰고 가고 있다. 나라의 기강은 점점 무너지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의 죄에 대해서 가볍게 취급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모두가 한탕주의로 마늘밭에 현금을 묻고 싶은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날강도같이 개인 PC를 무단 점령해서라도, 가짜 휘발유를 제조 판매하거나, 가짜 참기름을 만들어 팔아서라도 황금을 얻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얘기가 있다. 이것이 변할 수 없는 진리인 것처럼, 지도자가 사악하면 그 제자 또한 같은 부류에 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의 속성이다. 따라서 지도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카메라를 곳곳에 달아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누가 윗물에 오물을 투척하는지, 침을 뱉고, 고린내 나는 발을 씻고 있는지, 어느 누가 급하다는 핑계로 아무 곳에나 대소변을 보고 매화타령을 하는지, 지금당장 국민이 안방에서 다 볼 수 있도록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굶주린 하이에나가 되기 전, 지도자는 머리를 숙이고, 겸손한 모범을 보이며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도록 선도하는데 앞장서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공영방송이 국민을 가르치려 말고, 카메라 방향을 지도자에게 맞추고 그들로 하여금 모범을 보이게 한다면, 짜증이 나지 않고 살맛이 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신기술연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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