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떠나는 아이들
해외로 떠나는 아이들
  • 문창룡
  • 승인 2011.08.23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H가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헝가리에 있는 의과대학에 다니기 위해서다. H와 함께 헝가리로 의학 공부를 위해 가는 아이들은 스무 명 남짓했다. 이처럼 일본의 치과대학과 독일의 약대와 같이 외국대학에 공부하기 위해 떠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더욱 부지기수다. 예전의 유학이 외국어나 선진 학문을 배우겠다는 것이었다면 최근의 유학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는 자격증을 외국으로 돌고 돌아서 힘들게 따오는 것이다. 자격증이 직업과 관계가 있는 것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청년실업문제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필자의 절친한 친구도 딸아이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시켰다. 1년 학비가 1억 원이 넘게 든다고 했다. 내 인생은 없다고 말하는 친구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마음이 몹시 아팠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호랑이의 등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힘들게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고 이제 좀 살아보나 했더니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을 바쳐야 하는 그의 형편을 필자도 공감한다. 미국 대학에 다니기 위해 드는 총 비용은 미국식 학자금 용어로 COA(Cost of Attendance)라고 한다. 기숙사비와 식비, 책값, 보험료, 교통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부모들이 유학경비를 이야기할 때는 이러한 기준에 의해서 말한다.

미국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사립대학들은 등록금만 5만 달러가 넘는다. 사라 로렌스 대학, 바드 칼리지, 트리니티 칼리지, 베이츠 칼리지 등이 해당 대학인데 대부분 학부 중심의 대학들이다. 그런데 이 대학들에 다니는 65%의 학생들은 학교나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로부터 학자금 지원을 받는다. 대부분 미국 학생들이다. 당연히 유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모두 내고 학교를 다녀야 한다. 심한 경우에 유학생이 장학금을 신청하면 입학시험에서 처음부터 탈락시킨다는 말도 있다. 유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돈을 더 많이 내고 공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대학들이 자국민들이 채우지 못하는 학생 정원과 학교 운영경비를 국제학생들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소 다른 점이 있겠지만 이러한 형태로 외국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늘어나다 보니 우리나라 부모들은 무거운 사교육비라는 큰 짐을 내려놓기도 전에 더 버거운 유학경비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외국에 부담하고 있는 유학경비 총액이 50억 US달러, 우리 돈으로 5조원이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까지 조기유학 열풍이 불어 유학경비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나는 추세다. 이것은 삼성전자가 벌어들이는 외화와도 견주는 것으로 심각한 무역 불균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미국이 배워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역설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실 글로벌한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해 내야 할 큰 과업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비싼 유학경비를 출혈해 가면서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현상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과 교육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공교육이 못해내니까 사교육을 통해서 목적을 이루고 국내 학교들이 불만스러우니까 외국의 학교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부모들에게 누가 돌을 들어 던지겠느냐는 것이다.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교육문제다.

문창룡<교육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