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 이론
원주율 이론
  • 김은희
  • 승인 2011.06.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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π는 원이나 구에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값이다.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원과 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과 구, 이것들만큼 신성한 것에 어울리는 형태는 없다. 그러기에 신은 태양이나 달, 그 밖의 별들, 그리고 우주 전체를 구 모양으로 만들었고, 태양과 달 그리고 모든 별들이 원을 그리면서 지구둘레를 돌도록 하였던 것이다.”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이 옳지 않다는 것은 이미 판명되었고, 별들이 원을 그리면서 도는 것도 아니지만, 원과 구의 완벽함에 대한 그의 찬사는 정당한 것이었다. 원은 ‘한 평면 위의 한 정점(원의 중심)에서 일정한 거리(반지름)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원은 반지름의 길이에 따라 크기만 달라질 뿐 모양은 모두 똑같다. 그리고 원의 둘레의 길이는 반지름의 길이에 따라 정해진다. 특히 원의 둘레의 길이와 지름은 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비를 이루는데, 이 값을 원주율이라고 하고 기호 π로 나타낸다. 이 기호는 ‘둘레’를 뜻하는 그리스어 ‘περιμετροζ’의 머리글자로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처음 사용했다. 2005년 10월 20일에 일본 도쿄대학교의 가네다 교수는 컴퓨터를 601시간 56분 사용하여 소수점 이하 1,241,100,000,000 자리의 π값을 구하였다. 이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보통 우리가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서를 편집할 때 사용하는 A4 용지에 맞게 쓴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한 줄에 모두 82개의 숫자를 쓸 수 있고, 모두 41줄을 쓸 수 있으므로 A4 용지 한 장에는 3,362개의 숫자를 쓸 수 있다. 결국 가네다 교수가 얻은 π의 값을 쓰기 위해서는 모두 369,155,265장의 A4 종이가 필요하다. 실로 엄청난 숫자이다.

그런데 최근에 일단의 수학자들이 파이가 잘못됐다며 이를 다른 상수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파이가 갖는 수적 가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원의 속성상 이를 일상적으로 원과 연계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학교 수학교과서에 있는 파이는 타우(τ)로 대체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타우의 대략적인 값은 6.28로 파이(3.14)의 2배 정도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인터넷 판은 타우의 사용을 주장하는 이런 반체제적(?)인 수학자들이 지난 6월28일을 '타우의 날(Tau Day)'로 선포했다고 소개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타우의 값인 6.28과 같게 된다. 영국의 타우 캠페인을 이끄는 리드대학 수학과의 케빈 휴스턴 박사는 "우리는 최근 수년 동안 파이를 볼 때마다 무언가 잘못된 숫자를 보는 느낌"이라면서 "원과 연계하기에 가장 자연스럽고 적절한 수는 2π, 즉 τ이지 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파이는 수학과 과학, 공학의 여러 공식에서 근간이 되는 상수다. 예를 들면 원의 둘레는 지름과 파이를 곱해서 계산하며 원의 넓이는 반지름의 제곱에 파이를 곱해서 구한다. 고대 이집트와 바빌론 사람들은 파이의 정확한 수치를 1% 정도의 오차 범위 내에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경에도 파이 값의 근사치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수학 공식이 파이의 두 배, 즉 2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숫자가 원과 관련된 주요 상수로서 파이를 대신해야 한다는 일부 수학자들의 생각이다. 휴스턴 박사는 "수학자들은 각도를 60분법의 '도'가 아니라 호도법에 따른 '라디안'으로 측정해 360도를 2π라디안으로 계산한다." 면서 "이에 따라 원의 ¼에 해당하는 각도는 π라디안의 ½이 되는 등 불필요한 혼돈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이 대신에 타우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간단해지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원 전체에 해당하는 각도는 τ라디안이고 반원은 ½τ라디안이 되는 등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6.28을 원과 관련한 자연 상수로 사용하자는 제안은 미국 유타대의 밥 팰레이 박사에 의해 처음 제기됐고 미국의 다른 수학자 마이클 하틀 박사가 이를 그리스 문자 'π'와 비슷한 모양의 'τ'로 표기할 것을 주창했다. 타우의 날을 널리 알리기 위해 휴스턴 박사는 유트브에 관련 동영상을 제작해 올렸고, 하틀 박사는 온라인으로 '타우 메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했다. 파이를 타우로 대체하면 고급 수학이 훨씬 쉬워지고 미적분과 같은 수학적 개념을 많은 사람이 더욱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휴스턴 박사는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교과서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더 많은 교사가 전자책과 온라인 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일은 아닐 것"이라면서 "이는 야드법을 미터법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한 일로 아이들이 수학을 배우기 시작할 때 타우를 가르친다면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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