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 빛과 그림자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 빛과 그림자
  • 김미진
  • 승인 2011.06.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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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가 공연예술단체와 공연장의 매칭 통한 ‘색깔 있는 공연장’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 사업’이 1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예술단체에는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좋은 공간을 두고도 공연예술단체를 구하지 못해 외면받는 문화시설의 활성화 등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단지 창작 공연물을 몇 편, 몇 일 동안 선보이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해서 성공적인 운영을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업의 참여 단체 간 네트워크의 부재로 운영의 투명성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것이다. 우수한 예술단체들이 안정적 기반을 통해 창작과 예술적 역량을 증대한다는 당초 지원취지와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사후평가는 물론 철저한 운영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이란

열악한 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연습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2년 동안 지원되는 것으로 총 사업 예산만 4억원에 이른다.

지원 단체는 아하아트홀(극단 명태), 우진문화공간(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 소리아트센터(금파춤보존회), 창작소극장(까치동) 총 4곳으로 2년 동안 각각 1억여원씩을 지원받은 셈.

공연장은 상주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공연 시에는 대관료를 면제하는 한편, 작품제작에도 공동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상주단체는 연 일정횟수 이상 공연을 실시하는 동시에 교육과 관객 개발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는다.

▲사업의 성과와 문제점

도내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1년 단위 사업을 마무리하고, 올 사업 교부금 신청이 이뤄졌지만 상반기 중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은 단체가 없는 실정인 것.

우진문화공간의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와 창작소극장의 까치동 정도가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는 도내 학교와 결연을 맺고 매달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클래식 하이킥’ 공연을 선보이고 있으며 까치동은 올 8월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 ‘각시, 마고’ 참가를 앞두고 있다.

극단 명태는 지난해 시민워크숍과 창작희곡 공모를 통해 공연을 올리면서 아하아트홀의 가동률(공연 기준)이 50일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올 상반기 중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미 자체 연습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금파춤보존회가 소리아트센터와 매칭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소리아트센터는 비좁은 편이라 무용을 주업으로 하는 단체와는 성격 또한 맞지 않다. 여기에 홍보부족으로 아하아트홀과 소리아트센터를 모르는 시민도 부지기수여서 이번 사업을 통해 문화공간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타 지역의 상황은

경기도의 경우 문화재단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공연장 상주단체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는 극단 하땅세가 지난해 전국규모 연극제에서 6관왕을 차지하는가 하면, 다른 여러 극단도 각종 국제 연극축제에 잇따라 초청되는 등 안정적인 연습과 공연 속에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

또 지난 4월에는 그동안의 활동사항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평가보고회를 개최해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최근에는 올 사업 선정결과와 심사평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엄정한 사후평가와 운영의 투명성 확보 필수

승부수는 좋은 결과물, 바로 양질의 공연이다. 작품의 수준이 높고, 그 작품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많은 관객들이 발걸음을 한다면 사업은 성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방침이 2년 기준이라고 해서, 잘하든 못하는 이 기간은 두고본다는 식의 지원은 지양해야한다. 사업 중간에라도 역량이 미달되는 단체는 과감하게 제외시키고 또 다른 단체에 기회를 줘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

심사위원의 책임제도 필요하다. 사업 참여단체를 선정만 해놓고 무책임하게 빠져 나가기보다는 지역 공연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식의 노력을 벌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주관처인 전북도가 주도적으로 나서 논의의 장을 만들고,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하루 빨리 전북문화재단의 설치로 이 같은 사업들을 전담하는 민간기구가 활발히 운영돼야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번 사업 평가를 맡고 있는 김선태씨는 “의례 공모사업으로 생각하고 지원금을 받는데 급급해하기 보다는 문화공간을 통해 작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지역민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공연장과 단체의 효과적인 협업과 합리적인 조율을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진기자 mjy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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