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 55.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
교육이야기 - 55.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
  • 한성천
  • 승인 2011.05.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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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캠퍼스) 교육이야기 - 55.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



스포츠에는 경기를 진행하는 사람이 있다. 호루라기는 경기 진행자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축구 경기를 예로 들면 호루라기는 경기 진행자인 심판이 분다. 경기의 시작과 끝 그리고 경기의 중단을 알릴 때만 호루라기로 신호를 보낸다. 이때 유능한 심판일수록 호루라기를 적절히 사용함으로 유연하고 원만한 경기를 진행한다. 때로 오심과 편파 판정이 나오기는 하지만 축구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나 관중들은 심판의 호루라기소리를 존중한다. 심판의 전문성과 양심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감사원이 밝힌 상습 도박 공무원 수는 무려 370명에 이른다. 이중 차관보를 포함한 5급 이상이 8명이며 공공기관의 임직원 10명도 있다. 뿐만 아니라 연일 터져 나오는 비리관련 뉴스에는 어김없이 공무원이 연루되어 있다. 정부의 주요 장관들의 임명을 앞둔 청문회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그들의 행태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목격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은 한국 사회의 부패 유발 주체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를 꼽는다. 이러한 고질적인 부정부패의 뿌리는 도처에 너무 넓고 깊게 박혀 있어서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내부제보를 자주 사용한다. 내부의 정보를 제보하는 사람을 내부제보자라고 하는데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whistle blower)'이라고 부른다. 내부의 사람이 잘못과 비리를 맞닥뜨렸을 때 위험을 알려 사람들을 대비하게 하는 호의적인 비유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못한다. 축구 경기의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면 선수들은 경기를 멈추고 관중들은 숨을 죽이며 상황을 지켜보지만 내부제보자가 호루라기를 불면 주변인들은 대부분 의아한 표정을 짓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심판과 내부제보자가 부는 호루라기소리는 왜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일까? 공신력(公信力)의 문제이다. 축구의 경우 경기 수준에 맞는 자격을 가진 심판이 투입된다. 그러나 내부제보의 경우 누구를 막론하고 호루라기를 불 수 있기 때문에 원인규명의 진위(眞僞)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며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용감하게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보호되어야 한다.

이 후루라기 소리가 학교에서 자주 나는 바람에 학교가 편안하지가 않다. 교직원들은 서로의 눈치가 보여서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호루라기를 반목과 견제의 수단으로 불어대는 사람들 때문이다.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불어댄 호루라기 소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에 응시하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다. 그들은 공의(公義)를 빙자하여 호루라기를 불지만 그들이 말하는 이슈와 구호는 학교구성원의 결속력을 흩어트리고 교육에 대한 열정에 찬물을 붇는다.

며칠 전, 스승의 날을 씁쓸하게 보냈다는 어떤 교사는 학교를 출근하면서 갈수록 두근거림과 설렘, 기대감과 같은 흥분이 사라져간다고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호루라기 소리로 학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誤算)이다. 호루라기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학교 현장에는 분열과 상처만 남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혁명을 꿈꾸거나 개인의 영달을 얻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로 인해 학교구성원들이 받아야 할 상처는 어떠한 질병보다 무섭고 혹독해질 것이다. 지금 학교에 필요한 것은 서로를 보듬는 포용과 솔선수범하는 사랑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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