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는 정치인을 찾습니다"
"원칙 지키는 정치인을 찾습니다"
  • 박기홍
  • 승인 2011.05.03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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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覆車之戒(복거지계) -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이다. 지방 정치권의 인물 선택 역시 앞의 실패를 본보기 삼아 똑같은 낭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은 지역의 미래를 바꿀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하는 지방의원의 ‘옥석 가리기’를 청산·구인 광고 형식으로 풍자해 보았다.



#1 청산

정치인 팝니다. 사정상 급매합니다. 지난 2000년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 등 여러 선거 때 선택했습니다. 당시 자질과 능력, 추진력 등 이것저것 잘 따져 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특정정당’ 금딱지만 보고 전북의 ‘KS 보증수표’ 인냥 무작정 믿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처음 몇 달은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시간이 흐르니 행동은 없고 말만 앞세웁니다.

허언(虛言) 발표는 동급의 두세 배입니다. 심지어 주민을 모시기보다 군림하려 합니다. 주민들의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해 놓고 흠 잡는 것이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 참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가슴에 담아두려니 큰 병이 생길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처분하려 합니다. 이 정치인, 실력이나 정책은 무관심입니다. 오직 학연과 지연 혈연을 통해 생명줄을 연장하려 합니다. 권력만 좇은 ‘해바라기’ 근성마저 내비쳐, 머릿속엔 온통 줄서기로 공천 한번 받아볼까 그런 생각만 하는 듯합니다.

연예인도 아닌 데 ‘정치 쇼’만 하는 지방 정치인도 사양합니다. 가수 서태지처럼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는 ‘신비주의’로 한동안 살아오다 선거 때만 되면 출몰하는, 그런 정치인은 내놓겠습니다. 지방의회엔 급매해야 할 유형이 적잖습니다. 앞에선 지방행정을 감시 견제하겠다고 큰 소리 떵떵 치더니 뒤로 가선 집행부와 은밀하게 속삭이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귀엣말까지 하는 정치인, 집행부 예산 심사 때 은근히 엄포를 놓아 해당 부서 직원들이 자신의 방에 노크를 하게 만드는 부류, 주민 대표라 선출했더니 되레 속만 썩이는 ‘주민 골치’ 등이 모두 청산 대상입니다.

하루에 2∼3시간 본업에 충실하고 엉뚱한 이권에 눈독들이는 정치인도 매각대상입니다. 낯 내기 정치인은 급매합니다. 전북 현안이 어려움에 처할 때, 진정성은 팽개쳐두고 어떻게 하면 언론에 사진 한 장 나올까, 그런 고민만 하는 영민한 케이스입니다. 처음엔 수수방관하다 민심이 악화하면 슬그머니 한쪽 발을 들여놓는, 전형적인 이중 플레이형도 내놓을까 합니다. 다행히 외관은 아직 쓸 만합니다. 덤으로 철새를 같이 드립니다. 대신 변심에 의한 반품은 절대 안 됩니다.



#2 구인

이런 정치인 삽니다. 이 역시 사정상 급구합니다. 도덕성 사양(仕樣)은 기본이고, 소신과 철학도 장착하고 있어야 합니다. 오직 민심을 위해, 민심을 좇는, 당천(黨薦)이 아닌 민천(民薦)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면 금상첨화입니다. 대가는 견고한 지지율입니다. 비록 평소엔 확인하기 힘들지만 선거 때면 위력을 발휘하는, 그런 탄탄한 민심입니다.

항상 정직하게 행동하고 약자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환영합니다. 예컨대 7대 도의회 때 K도의원은 동료의원들로부터 인정받은 모범 정치인으로 꼽혔습니다. 솔직 담백하면서도 할 말을 다하고, 자신의 잘못까지 인정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지방 정가(政街)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인, 어디 없습니까?

선택 사양이 과하다면 한 두가지만 충족하면 됩니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와 같이, 아랫사람에게도 겸손하다면 대환영 조건입니다. 잔꾀와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발은 지역에 딛고 어느 곳에서나 전북발전을 위해 땀을 흘릴 줄 안다면 설명서는 읽어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는 정치인은 조건 불문입니다.

주민과 지역을 위해 분명한 철학을 소유한 사람, 정치적 보스에게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통 큰 인물, 돈으로 지지를 얻으려 하지 않고 힘과 실력을 키우는 학구파 정치인이면 대가를 더 많이 지불해도 좋습니다. 전북은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인의 역할이 그만큼 큽니다. 지금 얼마나 훌륭한 정치인을 모시느냐는, 미래의 전북을 바꿔놓는 나침반과 똑같습니다.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박기홍기자, 서울=전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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