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특집> ②사라지는 사람들
<5월 가정의 달 특집> ②사라지는 사람들
  • 전재석
  • 승인 2011.05.02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가야…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전단지만도 수백 수천장을 뿌렸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우리 딸을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날에는 전국 각지도 마다하지 않고 수만리를 달렸다. 그렇게 33년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아빠~ 하면서 달려 올 것 같지만 애꿋은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1978년 7월 28일 진영이(당시6살·익산시 황등면)는 경기도 화성에 있던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며 엄마와 손을 잡고 기차역에 갔다.

당시 진영이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엄마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천방지축 진영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올해로 33년째, 살아있다면 시집갈 나이가 됐지만 진영이를 알고 있다는 소식은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

“내 생명을 바쳐서라도 찾고 싶다”는 아버지 박종구(69)씨는 “해맑게 웃던 진영이의 모습이 3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그 당시 아내에게서 애가 없어졌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을땐 앞이 캄캄하고 모든 걸 다 잃어버렸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살고 있던 초가집 마저 불에 타 집안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고, 딸아이 사진 한장 구해내지 못해 합성사진까지 만들어 배포했다”면서“몸이 아픈 아내는 병세가 악화돼 결국 세상과 이별을 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33년이 지난 지금도 박씨는 “아이를 만날수만 있다면 이 세상 어디라도 달려갈거다”고 말했다.

서기원(48)씨는 17년째 잃어버린 딸 때문에 눈물로 나날을 보낸다.

지난 1994년 4월 27일 놀이터에서 놀다 온다고 집을 나선 외동딸 희영이(당시 10살·남원시 도통동)가 이날 자취를 감춰버렸다.

단란했던 서씨 가정은 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엉망이 됐다. 서씨는 “집안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죠. 아내는 하루가 멀다하고 눈물로 밤을 지세고 정신없이 희영이를 찾고자 뛰어 다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씨는 이를 계기로 지난 2005년에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과 힘을 모아 ‘실종아동찾기협회’를 만들었다. 생김새와 나이, 실종지역은 각기 다르지만,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활동에 나섰다.

2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발생한 실종아동 등은 총 4천573건으로 이중 14세미만 정상아동은 1천743명, 정신지체 1천738명, 치매노인 1천92명으로 집계됐으며, 2000년 이전 미 발견된 실종아동은 16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실종아동보호법이 만들어졌지만 경찰수사에 2000년 이전 사건들에 관한 수사기록이 폐기돼 관련 자료가 없으며, 2005년 이후 재 신고 시 만14세 이상의 성인이 된 경우는 가출인으로 분류되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국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회장은 “실종아동보호법이 전면 재 개정되어야 한다”면서 “실종자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속히 가출인을 실종아동으로 정정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어 “실종자들의 가족들은 모든 걸 던져버리고 아이 찾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며 “경찰의 도움 없이는 실종자를 찾아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실종아동보호법 재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재석기자 jjs195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