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52. 공짜 밥의 질(質)관리
교육이야기-52. 공짜 밥의 질(質)관리
  • 한성천
  • 승인 2011.04.12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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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 예산지원 절실
<에듀&캠퍼스> 교육이야기

52. 공짜 밥의 질(質)관리



일본 대지진은 해일과 원전 방사능 누출만 가져 온 것이 아니다. 나라마다 자국민(自國民)들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오염되지 않은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때를 같이 하여 국제 곡물가격이 널뛰기를 시작했다. 급기야 우리나라의 제분업계가 밀가루 값을 8.6%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식품들과 공산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7%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자고 일어나보면 가격이 올라 있다고 푸념한다. 비록 입찰에 성공했다하더라도 단숨에 20% 이상 오르는 품목 때문에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한다.

전체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전북교육청의 경우 학생 1인당 2,000원의 예산을 지원 해준다. 이 돈의 67%인 1,330원은 식품비에, 26%인 535원은 인건비에, 7%는 소모품 등 운영비에 사용된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무상급식을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생 1인당 2,457원의 지원을 해 주며 이중 1,892원 이상이 식품비다. 두 교육청을 예로 들었지만 무상급식을 하는 곳마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물가는 뛰고 있는데 예산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올라가면 예산이 부족해진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안다.

공짜 밥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한 급식은 급식의 질(質)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려는 목전(目前)에 와 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찌개를 끓일 때 예전에는 전지를 100% 사용하던 것을 전지 50%, 후지 50%로 섞어야 한다. 전에는 100% 갈비를 쓰던 것을 갈비 70%, 후지 30%를 섞을 수밖에 없다. 우리밀로 만든 빵은 수입 밀로 만든 빵으로 바뀌고 국산 생선 대신에 외국산 생선으로 대체 할 수밖에 없다. 가끔이지만 수저로 떠먹는 고급스러운 요구르트 대신에 값이 싼 요구르트를 마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맛있는 김치는 선택의 기회마저 없다. 가격경쟁 입찰이 갖는 한계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무상급식의 유탄은 고용 현장에 떨어질 것이다. 오르는 물가 때문에 납품가격을 맞추기 힘들어지자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입찰 업체들은 직원을 감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용불안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전체 조리종사원의 4.5%에 해당하는 141명을 해고시켰다. 일자리를 잃은 조리종사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졸지에 밥걱정을 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무상급식이 만들어 낸 아이러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정된 예산으로 뛰는 물가를 잡을 수 없자 급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 절감이란 해결책을 내놓은 것 같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았다 하더라도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조리종사원들의 일자리 해고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했다. 인원을 감축하면서까지 급식의 질(質)관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먹기 위해 다른 사람의 밥그릇을 빼앗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오르는 물가에 따라서 무상급식의 예산이 탄력적으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급식의 질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급식실의 인원이 감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어떤 영양교사는 유상급식을 할 때는 학교와 학부모의 심의를 거쳐 예산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지만 무상급식 이후 용도가 엄격해져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 탄력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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