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법관제 논란을 보고
지역법관제 논란을 보고
  • 유길종
  • 승인 2011.04.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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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지역의 모 부장판사가 친형을 자신이 담당한 법정관리회사의 감사로 선임해서 물의를 빚었고, 그 사건과 관련하여 지역법관제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이번의 사건은 법관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이나 윤리의식의 문제일 뿐 지역법관제와는 무관하므로, 마치 지역법관제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은 부당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역법관제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법관들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자신이 희망하는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허용되어 왔다. 이와 같이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는 법관들을 지역법관 또는 향토법관이라고 칭해 왔는데, 대법원은 2004년부터 법관인사제도개선책의 하나로 지역법관제를 공식적으로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대법원은 재판의 충실화를 지역법관제 실시의 이유로 내세웠다. 즉, 우리나라 법관의 80%가 서울근무를 희망하고 있어 끊임없이 전보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잦은 인사이동으로 이어져 재판의 충실화에 장애가 되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희망하는 법관으로 하여금 지방의 일정 권역 내에서만 계속 근무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지역법관제에 대하여는 잦은 인사이동의 억제라는 이유 외의 다른 이유로 이를 찬성하는 의견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래된 과거의 일이지만 정치적 사건이나 공안사건 등에서 재판결과에 따라 갑자기 서울에서 지방으로 좌천당하는 사례가 있었기에, 지역법관제를 실시하게 되면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과 사법부의 신뢰회복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또한, 지역법관제를 확대하게 되면 경력이 많은 법관들이 지방에 많이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역법관제가 재판의 충실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고,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전통 등을 잘 아는 법관에 의한 적정한 재판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필자는 지방에도 경력이 쌓인 법관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지역법관제가 계속 유지되고 확대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다수의 법관이 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 상황에서는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법관들의 경력이 지방에서 근무하는 법관들 보다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장판사 이상의 경우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경력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부장판사로 승진하여 지방에 내려왔다가 1년 만에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요즘 지방에는 지역법관인 부장판사를 제외하고는 1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부장판사가 거의 없는 형국이다. 물론 경력에 비례하여 법관의 자질이 우수해지고 재판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기왕이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비슷한 경력의 법관들이 재판을 담당하는 것이 재판의 신뢰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지역법관제와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지역유지 등과의 유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근자에 이르러 그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장회의에서조차 지역법관의 지역근무기간을 단축하거나 부장판사로 보임될 경우 지역을 옮기는 방안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지역 법관들은 항상 지역유지나 특정 고교 출신들끼리 유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법관뿐만 아니라 모든 법관들은 항상 학연과 지연 등의 틈바구니에서 살 수밖에 없다. 그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은 투철한 소명의식과 법관윤리의식 때문이지 그들에게 학연이나 지연을 통한 유혹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광주의 모 부장판사가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그의 자질이나 윤리의식이 부족한 탓이지 그가 지역법관이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단언하고 싶다. 필자는 많은 지역법관들이 이러한 우려를 항상 염두에 두고 오히려 더 처신에 주의를 하고,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충분한 자질과 경력을 갖춘 우수한 지역법관은 꼭 필요하다. 지역법관 중 일부의 개인적인 실수가 지역법관제라는 제도의 문제로 호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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