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의 멸망, 독재냐 도덕성이냐
제국주의의 멸망, 독재냐 도덕성이냐
  • 김승연
  • 승인 2011.03.22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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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낳은 고전적인 낭만주의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중에 제3번 영웅은 매우 유명하다. 원래 베토벤은 교향곡 주제를 그의 친구이며, 불란서의 왕 나폴레옹을 위해 ‘영웅 나폴레옹’(Napol?on)으로 지었다가 나폴레옹이 불란서를 제국주의 국가로 만들고 자신이 황제로 등극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영웅 다음에 붙여 놓았던 나폴레옹을 지워버렸다. 그래서 영웅 교향곡이 된 것이다. 평소에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절친한 친구처럼 여기고 지냈지만, 인류 역사에 제국주의의 황제는 백성을 위한 민주적인 왕이 아니라, 자신과 왕족만을 위한 독재 군주의 황제였기 때문이었다. 듣고 보면 의식 있는 유명 음악가다운 결정이다.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 음악가도 인류 역사에 제국주의와 황제를 그토록 싫어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베토벤을 좋아한다. 그래서 필자가 독일에 있을 때 그의 생가로부터 시작하여 그가 작품을 썼던 모든 장소를 샅샅이 뒤지면서 베토벤을 그렸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촌 인류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 근대사도 마찬가지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후, 그의 혁명 공약대로 정권을 민정에 이양하고 멋있게 물러났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는 초심을 버리고 3선 개헌에 이어 종신제인 유신 제국을 꿈꾸다가 그의 종말 역시 여느 제국주의 황제들처럼 비참하게 종말을 고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68년간의 3대 세습(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결코 안전하거나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현금에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지각변동뿐 아니라, 태평성대를 누리면서 천년, 만년 갈 줄 알았던 중동과 아프리카의 제국주의에 갑자기 지각변동과 같은 소요가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들 국가들의 통치자들은 주로 이슬람 종교의 강한 교리와 규율 하에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나 존엄성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고, 국민들 역시 종교와 국익을 위해서라면 자유나 사회보장적인 이익 등은 얼마든지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었던 중동, 아프리카 일부 산유국들과 국민들이었다.

물론 지난날 1925년부터 1979년까지 과거의 페르시아(현재 이란)의 최후의 왕조를 유지했던 팔레비 왕가는 역사상 가장 사치스러운 왕조로 유명하다. 그리고 팔레비는 이란과 이슬람 종교의 전통을 무시하고 개방적인 서구화 정책을 펴다가 정통 이슬람교 지도자였던 호메니옹의 반란에 의해 무너졌지만, 그 역시 이란을 국민의 자유와 권익을 보장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위에 올려놓지는 못했다. 그 정권마저 별반 다를 바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 산유국들, 즉 이슬람 국가들의 이슈는 무엇인가? 과거 제국주의 독재자 밑에서 신음하던 백성들의 절규인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한 맺히고 피맺힌 구호가 21세기에도 지구촌 사람들에게 울려 퍼지고 있다. 종교적으로 절대 순종을 사명으로 알았던 그들 국가에서 왜 민주화와 자유를 부르짖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을까? 그들 제국주의 독재자들은 입만 열면 백성들을 위한 위대한 국가 지도자라고 앵무새처럼 외쳤지만 알고 보니 독재 때문만이 아니라 결정적인 것은 그들의 도덕적 타락이었다. 10여 년 전 비참하게 몰락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교훈을 처절하게 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적 독재자들인 왕과 대통령 일가가 은닉해 놓은 자산이 무려 수백 조원에 이른다. 북한의 김정일 일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백성들이 더 화가 난 것이었다.

1989년 11월 동, 서 베를린의 담이 무너진 후 동독의 젊은이들은 1차로 당시 동독의 서기장이었던 호네커(Erich Honecker)를 감금한 후, 그의 재산을 조사해 보았다. 그런데 이건 공산사회주의를 부르짖지나 말든지 명색이 공산사회주의 지도자가 은닉해 놓은 자산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이었다. 경제자유민주주의 재벌 총수의 뺨을 칠 정도이었다. 그래서 동독의 국민들이 더 화가 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 대통령들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북한은 더 말할 것도 없고 … .

로마인 이야기를 쓴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팍스 로마를 부르짖고 세계 통일 꿈꾸었던 천년 로마(그의 해석은 2천년 로마)가 멸망한 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도덕적인 문제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오노 나나미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 창조 이후 인류역사가 그래 왔다. 역사적인 대략을 정리하면 앗수르는 바벨론에 패망하고, 바벨론은 페스시아야 패망하고, 페르시아(이란)는 애굽에 패망하고, 애굽은 마케도니아에 패망하고, 마케도니아는 로마에 패망하고, 로마는 게르만 민족에 의해 패망하고, 일본과 게르만 민족은 유엔군에 패망하고…

그런 의미에서 지난날 청문회에 등장한 인사들의 면모를 보면 그 사람의 이력이나 경력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은 물론 친가와 처가의 도덕성이 문제인 것처럼 오늘의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상업주의에 근거한 마케팅 전략으로 교회 부흥이라는 절대 절명의 명제 앞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형교회를 이룩했던 교회 지도자들이 무너진 것을 보면 목회자의 강한 리더십이 아니라 바로 도덕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때 이슬람은 분열되지 아니할 줄 아는데 이슬람도 지도자들의 도덕성이 문제가 될 때 이슬람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붕괴될 수 있다는 교훈을 또 다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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