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문학비평은 던져버려…평론집 ‘나비의 궤적‘ /호병탁
무미건조한 문학비평은 던져버려…평론집 ‘나비의 궤적‘ /호병탁
  • 김미진
  • 승인 2011.03.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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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의 방법은 많다. 전통적인 고전비평부터 현대의 변용된 비평까지 작품에 합당한 여러 방법이 견인돼야 한다고 믿는 한 평론가의 통찰이 비평문화의 즐거움을 더한다.

전주와 익산의 사람들이 좋아 익산에서 머물면서 시도 쓰고 평론도 쓰는 호병탁(62)씨가 첫 번째 평론집 ‘나비의 궤적(황금알·1만5,000원)’을 내놓았다. 그동안 수 많은 작가들의 시와 수필, 소설 등의 평론을 써왔지만 단 한 권의 평론집도 내지 않았던 그가 무미건조한 학문연구로 간주되어 온 문학비평을 벗어나 독서의 유쾌함을 전하고자 소박한 소망을 담은 평론집을 출간한 것.

책은 다양한 시각 즉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있다. 나비의 비상에는 활주로가 없고 수직이착륙은 물론 꽃과 꿀이 있다면 어느 쪽으로도 즉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듯 나비의 궤적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쓴 글들이다.

대개가 최근에 쓴 글로 주로 현장·실천 비평이다. 평론가는 작품에 합당하다면 어느 이론도 수용할 수 있고 ‘절충’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문학이론에 대한 강단비평을 제외했다. 실제로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시’를 더욱 ‘모르는 소리’로 덧칠하는 평론을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평론가는 다양한 열린 시각이 제시됐을 때 문학작품에 상응하는 감성적·이성적 반응이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언어의 마술을 파헤쳤다.

크게 4부로 구성된 책에서 1부는 김동리, 홍석영의 소설과 신석정, 허소라의 시를 다루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견인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2부는 최근에 발표된 시를 다루고 있다. 대개는 독자들도 잘 아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상이 됐다. 해설적 비평의 글은 덕담이 많다. 부정적 시각도 있겠지만 폄하와 혹평은 작가에게 절망감만 주는 파괴적 행위일 뿐이라는 게 호씨의 판단이다. 그는 비평가가 비평대상으로 선택했다는 자체가 이미 작품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고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3부는 소설을 다루고 있다. 대화주의, 카니발리즘, 판소리 구술전통 등 여러 시각으로 심도 있게 다루고자 했다. 4부는 이용찬의 수필 ‘녹색수건’을 깊이 읽어내고자 했다. 논픽션인 수필은 어떤 장르보다 작가의 삶이 진솔하게 드러나 독자는 문장의 행간에서 작가의 삶의 모습과 태도를 보게 된다고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호씨는 머리말을 통해 “상당한 지식과 체계를 요구하는 작업이 평론으로 여기저기 글들 발표해왔지만 아직은 설익었다는 생각에 평론집 없는 평론가로 살아왔다”면서 “이번 책으로 한 꼭지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 나비가 꿀이나 제대로 땄는지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충남 부여 출생인 호씨는 한국외대와 원광대 대학원에서 어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수많은 나라를 떠돌아다닌 후 익산에 정착해 현재 도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저서로 시집 ‘칠산주막’이 있다.

김미진기자 mjy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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