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를 회화이게 하는 것 전
회화를 회화이게 하는 것 전
  • 김미진
  • 승인 2011.03.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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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미지와 테크놀로지, 첨단 매체들이 소개되고 번성하는 극단적인 실험들로 인해 평면회화의 위기에 대한 염려가 왕왕 들려온다. 많은 미술가들은 영상시대에 걸맞는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형어법을 모색하고 구사하는가 하면 정지된 평면에서의 한계를 탈피하고자 한 오브제 작업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평면회화는 산업화 이후 끊임없이 회자되는 종말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메라의 발명과 복제의 시대에 걸맞는 회화가 관객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페어의 모든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극사실 회화 부류의 작품들에서 현대인들이 실물보다 더 실재 같은 그림을 보고 열광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카갤러리(대표 박지혜)의 2011년 첫 번째 기획 초대전은 이러한 극사실 회화가 평면회화의 종말론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기획전 ‘회화를 회화이게 하는 것 展’. 평면회화가 꾸준하게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전시다.

이에 따라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회화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5명의 작가를 모았다는 설명. 장르를 불문하고 개념과 지각의 균형점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작가들을 섭외했다. 미래의 회화는 더 이상 구상, 추상, 풍경, 정물, 인물 등의 구태의연한 장르구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고, 갇혀 있어서도 안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번에 초대된 작가 권오미, 노해남, 류재현, 박진영, 임현채씨는 공교롭게도 모두 전북대 출신이다. 출신학교 뿐 아니라 평면 너머로 보이는 풍경과 이미지, 현실세계의 리얼리티를 견지해 감상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그리고 있다는 점 등의 공통점도 있다. 1초에 24컷 이상 필름이 돌아가며 현대적 삶에 맞게 우리의 몸과 감각을 훈련시키는 동영상 이미지가 줄 수 없는 느림의 미학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표현의 재료나 방법, 주체에서는 차별성을 유지하고 있다. 노해남 작가는 여러 가지 다양한 변화들을 감성으로 걸러서 추상화한 자연의 모습을 그렸고, 류재현 작가는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숲길을 섬세한 붓놀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박진영 작가는 골판지 위에 아크릴 작업으로 단순히 물감을 칠해 이미지화하는 것이 아닌 무수한 색점의 반복과 강조를 통해 예상치 못한 3차원의 세계를 끌어내고 있다.

박지혜 대표는 “종합적으로 이 같은 요소들이 이들 다섯 작가들의 회화를 회화이게 하는 생명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나 제작하는 작가 모두가 무엇이 이 시대의 회화를 회화답게 할 것인지 고민해 보고 그 방향성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진기자 mjy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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