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9, 中原逐鹿(중원축록)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9, 中原逐鹿(중원축록)
  • 박기홍
  • 승인 2011.03.0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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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는냐' 전북정치 1번지, 지옥의 레이스
<9>中原逐鹿(중원축록)

중원의 사슴을 쫓는다는 뜻으로, 치열한 경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각오를 담은 사자성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전주 완산갑 입지자들이 치열하게 사슴을 쫓기 위해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지역위원장 선출을 놓고 3파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엔 전례 없이 치열한 기 싸움마저 감지된다. 죽음의 마라톤 레이스를 앞둔 완산갑 입지자들의 현장을 스포츠 중계 형식으로 살펴보았다.


LH공사 유치와 대형마트 논란으로 연일 고생하는 지역민 여러분!

여기는 내년 4월에 열릴 ‘국회의원컵 마라톤대회’를 앞두고 워밍업이 한창인 ‘전주 완산갑 경기장’입니다. 레이스를 위해 준비 중인 선수들을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년 전 지옥의 경주에서 우승컵을 쥐었던 신 건 선수와, 전북의회 소속의 유창희 선수, 민들레포럼을 이끌어온 유희태 선수 등이 눈에 띕니다.

신 선수를 제외하곤 마라톤 경기는 처음 뛰는 신인들로 채워져 있네요. 소녀시대, 카라 등 걸그룹 위주의 가요계 세대교체 바람이 마라톤 대회에도 불어올지 주목됩니다. 기득권을 쥔 신 선수가 맨 앞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 선수, 지난 대회 때 월계관을 쓴 백전노장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졌네요. 채식만 섭취하는 서민 다이어트 식습관으로 지구력과 심폐 기능을 강화해 연승을 위한 날렵한 몸매를 만들었습니다. 과거 황제 식습관이 문제가 됐는데, 지역민들의 식단과 코드를 맞추는 몸 낮춤형 행보로 1석2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 같습니다. 코스 적응을 위해 현지 주민들에게 매일 자문을 구하고 주기적으로 정동영 덕진 감독으로부터 주법도 전수받는 등 내년 대회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굵은 허벅지의 저 선수는 누구죠? 근육질의 허벅지에서 뿜어 나오는 힘을 생각하면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마라톤보다는 100~800m 경주에나 적합할 것 같은 데 말입니다. 시의원컵, 도의원컵을 석권한 중·단거리의 제왕 유창희 선수이군요. 전북 육상의 중흥을 위해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꾸고 중앙무대에 첫 출전을 계획하고 있는데, 성공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 선수는 신 선수의 연승을 저지하기 위해 16년 동안 전주 완산갑 육상계를 지배했던 전설의 장영달 감독을 영입하고, 그동안 지방에서 호흡을 맞췄던 지방의회 소속 선수를 자문단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일단 완산갑을 떠난 장 감독을 중심으로, 정세균 최고감독 체제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정 최고감독의 대통령컵 준비 관계로 차후에 논의키로 했다는 후문입니다.

유희태 선수는 마라톤 경력이 전혀 없는 데요. 2009년의 4.29레이스에서 전주 완산갑 경기장에 얼굴을 잠깐 비췄지만 마라톤 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뛰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앞만 보며 한발 한발 내딛는 유 선수의 일명 ‘스텝 바이 스텝’ 주법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허울뿐인 유명감독 영입보다 완산갑 마라톤 코스를 쉼없이 답사하고 지역 선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입니다. 지구력으로 승부를 겨루겠다는 것이 유 선수의 최상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아! 그런데 손학규 심판과 선수들이 말싸움을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죠? 국회의원컵 대회에 앞서 오프닝 게임으로 완산갑 주장을 뽑는 경기를 간단히 하자는 심판의 의견에 선수들이 항의하는 것 같은 데요. 신 선수 입장에선 챔프 예우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경기 없이 ‘부전승’을 주장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무슨 소리냐”며 관중 모두의 투표로 주장을 선발하자고 재촉하는 모습입니다. 신 선수는 현역 챔피온으로서의 기득권을, 나머지는 신 선수의 힘을 빼놓겠다는 전략 같군요.

출발 총성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8개 레인 중에서 나머지 5개 레인은 비어있습니다. 그런데 법조인 출신의 김광삼 선수와, 한때 도의원 소속이었던 김윤덕 선수가 국회의원컵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비공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김광삼 선수는 지난 레이스에서 무릎 관절을 다쳤지만 ‘나 홀로 고통’을 극복하고 재기의 우승컵을 다짐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더이상 울지 않겠다”는 각오로 패인을 분석하는 등 의지가 남달라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경기장에 갑자기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군요. 경기장 안팎에서 심호흡을 하는 선수들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습니다. 아마, 지옥의 레이스를 참고 피날레의 우승컵을 기약하는 것이겠지요. 정정당당한 레이스를 기대합니다. 화이팅!

박기홍기자, 서울=전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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