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상급식, 복지 보다 교육의 문제
학교 무상급식, 복지 보다 교육의 문제
  • 이승우
  • 승인 2011.02.22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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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초중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점심 한 끼 먹는 것을 놓고 모두가 공짜로 먹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 밥맛이 떨어질 지경이다. 학교의 무상급식 논란이 이렇게 과열된 것은 단군 이래 아마 처음일 것이다. 불과 40여전 만 해도 도시락 한통 싸올 형편이 안 되어 점심시간이면 학교 우물가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꿀꺽 꿀꺽 마시며 점심시간을 때우던 학생들이 있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 얼마나 행복한 복지국가의 어기찬 전망인가.

세상에 공짜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마는 아무래도 공짜로 먹는 것은 아무리 복지라는 말로 치장하더라도 뭔가 어색하다. 보릿고개 흉년에 나물먹고 물마시고 용트림하는 시대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성장을 하면서 경제발전의 풍요 속에 기호에 따라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골라 먹는 나라가 되었다. 그만큼 풍요하니 무상으로 학교 급식을 풍성하게 해주어야 한다면 이해가 될 수도 있는 문제다.

지금의 학교 급식에서 급식비를 내는 것은 엄마의 정성을 담은 도시락이 금전으로 환산되어 진 것뿐이다. 자녀의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은 시공간적 편리함의 복지는 실현된 듯하나 그 복지보다 더 포근하고 편안한 엄마 마음은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친구들과 매일 똑 같은 밥과 반찬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이들 먹을거리만큼은 빈부차이를 두면 안 된다는 획일적 평등의 복지논리로서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단순화 시켜 버렸다.

엄마의 도시락 정성의 부담(?)을 줄여주고, 그 정성이 돈으로 획일화 되어버린 것마저도 공짜로 하는 것이 복지 논리는 아니다. 무상급식은 엄밀하게 보면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모든 국민이 급식비를 내는 유상급식이다. 부모님의 주머니에서 현실적으로 돈이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무상급식이고 복지라고 생각하면서 무상 시리즈를 들이대는 논쟁은 복지도 생각하지 않고 교육도 돌아보지 않는, 그저 다가올 선거의 계절에 어떻게 하면 튀어서 표를 얻고 당선되어 정치의 패도를 잡을까하는 생각에 더 몰입되어 있다. 정치적 야욕을 위해 소중한 자녀들의 먹을거리를 놓고 장난치는 꼴이고 보면 정말 아이들의 밥맛 떨어진다는 말이 허튼 소리는 아니다.

먹는 것에 대한 자유로서 식욕은 인간의 본능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욕구이다. 한창 성장하면서 다양한 욕구를 채우고 분출해야 할 청소년들의 기본적 욕구의 바탕인 먹는 자유를 공짜로 먹인다는 복지의 미명으로 허울 삼아 획일화 시킨다면 과연 인간의 창조성을 계발하는 다양성의 교육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욕구는 다양하게 분출되어야 다양한 가치가 만들어 진다. 아무리 공짜가 좋다고 한들 영양섭취를 각 아동의 체질, 체격 등의 신체조건, 타고난 건강과 영양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화된 식단에 의해 기계적으로 먹여짐으로써 인위적인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다 보면 사람의 욕구나 의욕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는 수없이 많다.

학부모의 급식비 지출에 기준을 두고 유상급식이냐 무상급식이냐를 따지면서 복지사회의 구현이다 아니다하고 있는 논쟁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학교급식은 복지의 차원보다는 교육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급식은 엄마들이 도시락 싸기 힘든 입장, 빈부차이 없이 저비용으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복지적 입장, 질 높은 점심식사의 영양학적 입장만을 고려하여 결정된 것이지 아이들의 교육적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의 기호적 식욕의 기본적 욕구를 억누르면서 모두 같은 음식을 한 줄로 서서 받아먹는 급식의 문화에 익숙해 저서 왠지 먹는 것조차도 획일적으로 줄을 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복지라고 하면서 정치적 호들갑을 떨 때가 아니다. 돈을 받고 밥을 먹이든, 공짜로 밥을 먹이든 아이들이 얼마나 풍성하고 다양하게 먹느냐에 따라 그 먹는 즐거움과 포만감이 의욕으로 충만 되어 학교는 배우고 익히는 사랑을 먹는 곳이라는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학교급식의 본질이어야 함을 표를 얻고자 공짜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욱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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