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에 대한 우려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에 대한 우려
  • 유길종
  • 승인 2011.02.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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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많은 걱정과 반대를 뒤로 한 채 로스쿨이 출범하였고, 최근 법무부는 2012년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로스쿨 입학정원의 75% 이상으로 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새로 구성되는 재야 변호사단체의 집행부가 한 목소리로 로스쿨 제도의 개선과 변호사 자격시험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오욱환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40%로 동결시키겠다고 공약하면서 로스쿨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위하여 법무부 등 당국자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신영무 변호사도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전면 재검토, 변호사 자격시험의 변협 주관, 절대평가의 방식의 자격시험 시행 등을 공언하고 있다.

재야 변호사단체의 이러한 입장은 자신들의 기득권 내지 밥그릇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태도라고 비난받을 소지도 다분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무시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3년 내에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로스쿨에서 모두 마친다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하여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그동안은 보통 법과대학 학부과정과 수험기간을 합쳐 평균 4~5년 이상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도 2년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거치면서 실무능력을 배양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이 로스쿨에 입학하여 3년 내에 이론과 실무교육을 모두 마쳐야 하는데, 그들이 그 기간 동안 종전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법률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법과대학을 존치하고 있어 총 교육기간이 3년으로 제한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는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의 경우 법과대학을 폐지하도록 함으로써 교육기간의 단축으로 인한 질적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에 관하여는 더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현재의 사법연수원 교육은 법원과 검찰에서 선발된 부장판사와 부장검사들에 의하여 강도 높게 실시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로스쿨에서는 실무교수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실무교육의 노하우 역시 사법연수원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정원의 75% 이상으로 정한 것은 변호사의 과잉배출로 기존 변호사들이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그런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변호사의 업무는 국민의 권리와 재산, 자유에 직결되는 일이고, 이러한 일을 다루는 변호사를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하는 것은 국민들의 권리와 재산, 자유를 지키고 보장하는데 필수적인 일이다. 로스쿨 입학정원의 75% 이상을 변호사시험에서 합격시킨다는 것은 로스쿨 입학생 중 유급된 학생과 중도에 자퇴한 학생을 감안하면 로스쿨 수료생의 거의 100%를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킨다는 꼴이 된다. 현재 로스쿨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는 가혹한 말일지 모르지만, 이와 같은 합격률로는 그들이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다는 점을 보장할 수 없다.

외국에서도 입학정원의 75% 이상에 대하여 변호사자격을 주는 것은 그 예를 찾기 힘들다. 미국의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워싱턴 디씨의 경우는 변호사시험의 평균 합격률이 50%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상당기간 동안 경력변호사 밑에서 실무를 익히며 문서작성 등 보조업무만을 담당한다고 한다. 일본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자의 20~30%에 불과하고, 변호사시험 합격 후에도 2년간의 실무연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법률전문가로서의 실력과 능력을 갖춘 자를 선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고양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변호사시험이 일정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법률전문가를 배출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 법률전문가로서의 실력과 자질이 떨어지는 변호사들이 양산되는 경우 그 피해는 몽땅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높은 문턱과 고비용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낮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들이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차원에서 로스쿨제도나 현재 발표된 변호사시험 방안에 대하여는 엄정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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