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와 김밥
한식의 세계화와 김밥
  • 김선남
  • 승인 2011.01.11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미국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조차 한국인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애리조나 사막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서도, 펜실베니아의 산골마을에서도, 실업률이 높기로 유명한 오하이오의 작은 동네에서도 우리는 한국인을 곧잘 만날 수 있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열손가락에 꼽힌다는 통계 자료가 아니더라도, 타국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한국인들을 보면 한국의 위상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필자가 만난 많은 해외 교민들은 잘 사는 편에 속하였다. 이들의 성공은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강한 추진력 그리고 근면성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국 대형슈퍼마켓도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산 라면이나 쌀을 판매하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오하이오 작은 동네 와즈월스(Wadsworth)의 월마트(wal mart)나 자이안트 이글(Giant Eagle)과 같은 곳에서도 신라면이나 삼양라면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산 식품을 몫이 아주 좋은 진열대에 진열해 놓고 있다. 우리 먹거리가 미국 땅 그것도 작은 소도시 미국 슈퍼마켓에까지 진출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필자는 신이 난다.

최근 우리 언론은 한식의 세계화를 이슈로 삼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전라북도는 한식을 세계화하고 선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세계적인 수준의 세미나와 문화행사를 개최해 왔을 뿐만 아니라 발효식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어느 지역보다 앞장서 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라북도는 한식의 세계화를 주도해 나갈 것 같다. 얼마전 도지사가 도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역발전의 성장 동력을 먹거리 산업에서 찾겠다고 강조한 것만 보아도 전북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여 전라북도가 시도하는 한식의 세계화 사업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식을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식의 맵고 짠 맛과 유통의 문제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식은 맛을 미국화한 것이 거의 없다. 여전히 맵고 짜다는 평가다. 한식의 대표상품인 비빔밥만 해도 그렇다. 미국인에게 비빔밥을 권유하면 야채로 만들어져서 건강식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매운 맛 때문에 손을 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맵고 짠 맛을 기피하는 외국인의 입맛을 극복하는 것이 세계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한식은 빠른 시간에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없고 싸서 가져갈 수 있는(take out) 것도 거의 없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식의 세계화는 단지 구두선에 그치거나 미국에 거주 교민들을 겨냥한 세계화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 중국음식이 미국시장에서 성공하게 된 비결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음식이 시도한 전략적인 변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은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하여 중국음식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맛과 향을 과감하게 바꾸었고 주문과 시식의 편이성을 최대한 살려냈다. 또 식자재의 유통혁신을 추구하여 다양한 메뉴를 햄버거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바로 이러한 변화가 쇼핑몰 푸드 코트(food court)에서 미국인을 중국식당 앞에 줄을 서게 만든 것이다.

요즈음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김밥에서 변화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미국 슈퍼마켓에서 얼마 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김밥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동네주민들이 김밥을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흰쌀밥에 소고기와 야채를 넣은 김밥, 검은 밥에 야채를 넣어 만든 김밥, 새우 등 생선을 넣은 누드 김밥 등 다양한 형태의 김밥들이 판매된다. 미국인들은 날로 된 생선이 들어가 있지 않았어도 이 김밥을 “스시(Sushi)”라고 부른다. 전주의 시장골목에서 사먹을 수 있는 바로 그 김밥이다. 가격도 햄버거 가격 수준이다. 흰밥에 야채만 넣은 김밥 한 줄이 한국 돈으로 치면 4천원이다. 사실 김밥 한 줄의 원가를 고려하면 엄청난 이윤이 남기는 것이지만 미국인의 눈에는 싼 가격인 것이다.

필자는 요즈음 김밥의 인기 때문에 큰 고민을 하나 덜었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열리는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무슨 음식을 해가야 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얼마 전 부터는 주저하지 않고 소고기와 야채나 새우와 야채로 만든 김밥을 만들어간다. 이 김밥이 가장 인기가 있어서 순식간에 접시가 비어 버린다. 중산층 계층에 속하는 이들이 김밥을 선호하는 이유는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헬시 푸드”,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밥은 가격도 저렴하고 핏자나 중국음식, 멕시코 음식 등과 같이 주문과 시식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김밥의 인기비결을 다른 한식에 적용해 보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성공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