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원
이영원
  • 이수경
  • 승인 2011.01.10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원앓이’ 열풍

이 영 원(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요즘 많은 여성들이 ‘주원앓이’에 시달리고(?) 있다. 혹 이 말을 처음 들어본다면 TV 드라마와는 무관하게 생활하는 분이시리라.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인 김주원이란 인물의 매력에 푹 빠진 팬들을 지칭하는 ‘주원앓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다음 주면 20회로 결말을 맺게 되는 주말극이지만 작년 말부터 여심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의 캐릭터와 스토리의 여운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란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남자 주인공과 소박한 스턴트 우먼과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세대를 아우르며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20대 젊은 여성은 물론이거니와 중년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소위 ‘주원앓이’를 낳고 있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을 주말마다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심리와 소위 트렌드를 잘 읽은 작가의 재치 있고 짜임새 있는 대본과 구성에 있을 것이다. 톡톡 튀는 대사와 유행 코드를 패러디한 대사들은 보는 이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며, 밉지 않은 귀여운 악역들의 캐릭터와 그 무섭다(?)는 사회적 계급이나 위치에 상관없이 출연하는 인물들이 서로 대등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무엇보다 자칭 사회지도층 인사의 사회적 기준을 무너뜨리는 한 여성과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시청률 30%를 넘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많은 꿈을 꾸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 꿈은 좀 더 많은 재물이나 자신의 일에서 보다 나은 업적을 이루는 것, 혹은 남보다 더 앞서기를 바라는 현실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좀 더 높은 위치와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남을 이기고 일어서야하는 불행한 운명에 놓여있다. 이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곳만을 바라보고 달려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각박한 현실에서 우리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것의 하나가 판타지일 것이다. 판타지 속에서는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일들이 가상의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따라 펼쳐지게 된다. 옛날 설화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는 판타지 소설은 마법이 등장하고,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현실과는 다른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해리 포터’ 등은 소설 뿐 아니라 영화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 영화들이다. 이처럼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찌질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현대인들의 심리와 욕망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한 조건의 남자가 사회적 조건의 차이를 무시하고 한 여성과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젊은 시절의 순수하고 애절한 감성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는 중년 남성들에게도 판타지는 유효한 것 같다. 자신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상대방의 존재를 자신과 함께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 영상적 효과와 위압적일 수 있는 주인공의 배경을 유머러스하게 처리한 것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대목일 것이다. 무엇보다 냉혹한 현실세계를 경쾌한 캐릭터들을 통해 밝고, 재치 있게 표현함으로써 신세대의 감성과 트렌드를 표현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지나친 간접 광고 등 상업주의 색채를 가중시킨 것이 재벌 소재 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준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다.

신묘년 새해 벽두에 우리 모두 많은 소망을 기원했을 것이다. 올해를 맞이하면서 김주원의 열정과 순수로 새해를 보내고 싶다면 지나친 ‘주원앓이’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