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헌 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논쟁을 바라보며
<김두헌 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논쟁을 바라보며
  • 정준모
  • 승인 2010.12.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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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전북도민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는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를 둘러싼 논쟁이었다고 생각한다.

군산중앙고와 익산남성고를 전임 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하였으나, 신임 교육감이 재량으로 그 지정을 취소함으로써 논쟁이 발생하였다. 논쟁은 법원으로 넘어갔고, 법원에서는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가 신임 교육감의 재량권을 이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 역사상 교육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조선시대에 지방에 설립된 서당과 서원, 근대기에 최초로 근대 교육을 실시한 원산학사가 각각 사립학교였다. 을사조약 이후에는 사립학교가 대폭적으로 증가하여 민족 교육을 실시하는데 앞장섰다. 이에 일제는 사립학교령을 발표하여 사립학교를 통제하고, 민족의식이 강한 사립학교를 폐쇄하였다.

해방 이후에도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한국 교육을 담당해 온 쌍두마차였다. 그러나 경제 발전으로 대폭 증가한 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부담하게 되자,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약화되었다. 이후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 대안으로 자율형 사립고가 대두하였다. 취지는 사립고의 재정적 자립도를 높이고 우수 학생을 육성한다는 것이었지만, 입시 과열을 조장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획일성과 다양성, 평등과 수월성은 상반되는 가치이다. 고등학교만큼은 평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학교를 다양화하여 수요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국제 경쟁 시대를 대비한 영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금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은 평등교육을 추구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평등의 균형이 깨져 있다. 학력의 지역적 편차가 극심하다. 서울의 강남 〉비강남 〉전주 〉익산 〉군산 〉농어촌의 순서로 학력의 서열이 매겨져 있다. 얼마 전 공식 발표에 의하면 전북도의 고2, 중3의 학력이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우수 학생들은 상급학교 진학 시, 학력이 높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현상이 가속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논란이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되었다. 거기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논쟁으로 한편에서는 교육에서 평등이란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이젠 분쟁에서 벗어나 공동목표인 전북교육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서로 합심하여 전북도의 학력 신장을 위해 심혈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양교(兩校)는 외지로 유출하는 우수 학생을 흡수하는데 그치지 말고, 외지의 우수 학생도 유치하는 그런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미국이나 유럽의 우수 학생들도 유학하러 오는 국제적인 학교로 발돋움하길 기대해본다. 기러기 아빠들이 속출하고 있는 기현상을 없애버릴 학교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도나 시의 행정기관도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학력이 저하되면 지역의 제반 여건도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최소화하도록 제도의 개선과 보완에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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