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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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경
  • 승인 2010.12.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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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육평가 체제를 확립하자

박세훈(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금년에도 수능시험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어떤 시험이든지 그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12년간의 보통교육을 결산하는 수능시험은 학생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고부담 시험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 당사자인 학생 뿐만 아니라 온 국가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험의 중요성과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교육평가의 수단으로서의 시험이 교육과정의 운영상 중요한 영역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시험의 결과가 학습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파장을 생각하면 한국에서의 시험은 고부담 시험의 성격이 강하다. 시험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출제하는가 하는 것이 곧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수업을 지배하는 경향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제 까지 우리 청소년들에게 단 한번의 시험으로 미래를 결정해버리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살도록 해야 하는지 걱정이다. 차제에 앞으로 우리나라의 교육평가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국가와 교육청은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최소 기준의 목표를 성취기준의 형식으로 분명하게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직도 국가 수준의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마다 교육과정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최소기준의 학습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실에서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분명한 표준이 마련되는 것이 좋으며, 이를 중심으로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시험의 내용과 방법이 변화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고부담 시험이 포괄하는 교육과정의 내용이 현재와 같이 단편적인 지식에 국한된다면, 그리고 지필 시험 위주의 평가방법에 의존한다면 한국의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발적 성격이 강한 시험이니 만큼, 시험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시험의 내용과 방법을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미래의 국가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 교육의 방향을 강조하면서도, 평가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셋째, 평가의 주체 문제이다. 지나친 국가 주도의 외적 시험에 의존하는 경향을 탈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부담 시험은 대부분 국가 관리 하에 출제되는 시험들이다. 국가 관리 하에 시행되는 시험은 효율성과 객관성, 및 공평성만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다. 학생의 역량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평가보다는 여전히 국가시험의 결과에 의존하여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폐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시험 자체가 학생의 능력을 부분적으로 측정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넷째, 새로운 평가체제를 고안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지식기반 사회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새로운 평가체제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고부담 시험의 비중을 줄이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적인 평가, 심층적인 학습평가, 참평가 등의 대안적인 평가방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한 사람에 대한 심층적인 기록을 만들어 가야하며, 그런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이 더욱 증대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필자는 학생의 학교생활을 교사들이 학생생활기록부에 잘 담기만 한다면, 그 보다도 공정하고 신뢰로운 평가자료가 있을까 생각한다. 국가관리 하에 치러지는 수능시험이든, 교사의 평가이든 학생에 대한 평가의 일부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패자부활전이 학생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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