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청년 일자리의 현주소
전북 청년 일자리의 현주소
  • 강동희
  • 승인 2010.11.18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삼스레 ‘청년이 살아야 조국이 산다’는 명구를 빌리지 않더라도, 전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청년이 지역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계화와 지식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모든 나라는 고용 없는 성장과 더불어 청년실업 문제로 끙끙 앓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는 대형 할인점의 진입,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구조 및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실업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게다가 전북의 경우에는 농업, 경공업, 영세 도소매업 등 사양산업의 비중이 과다하여 그 심각성이 국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합니다. 전북은 그야말로 세계적, 국가적, 지역적 요인들이 뒤엉켜서 일으키는 실업의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09년 전북의 청년층 고용률은 29.5%로서 전국 최하위인데다, 전국 평균인 40.5%보다 무려 11% 포인트나 낮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북에는 약 84만개의 일자리가 있습니다. 이중 15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층 취업자는 8만 8천명으로서 약 11%에 불과합니다. 2000년 만해도 16만 1천명에 달했던 청년층 취업자가 단 10년 사이에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버린 것입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해법이 기업 유치와 육성이라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도 그동안 지역전략산업의 기업유치를 근간으로 다양한 청년일자리 창출시책을 추진했습니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2,000 여명의 청년을 중소기업 인턴으로 취업시킨 바 있습니다. 또한 청년 희망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07년부터 약 1,000명을 교육시켜서 이중 500 여명의 창업자를 배출했습니다.

민선 5기 동안에는 분기별로 400명을 선발하여 이들에게 100시간 동안 이론교육, 현장교육, 창업 컨설팅, 자금지원, 사후 경영지도 등을 통해서 창업지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육성,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사업, 문화콘텐츠 서비스분야 일자리 창출사업 등의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업유치만으로 우리 지역의 청년일자리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이 농촌의 일자리 창출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수교 이후 값싼 중국 농산물이 대량 수입되면서 전북의 농업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북농업의 취업 유지능력은 상당합니다. 현재 전북의 제조업 일자리 수는 약 10만개로서 전체 일자리 수의 12%에 불과하지만, 농림어업의 일자리 수는 약 20만개로서 거의 두 배에 달합니다. 그래서인지 전북의 60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같은 연령대의 전국 평균보다 무려 7% 포인트가 높습니다.

한편 2009년 전북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3,064만원입니다. 이는 2007년 전북 식품제조업 종사자의 연평균 급여인 2,047만원과 화학업종의 급여인 2,735만원을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물론 우리 농촌의 현실은 이렇게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열악합니다. 농업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농촌의 생활여건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끌어 올리고 지역특성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친환경 농산물, 식품가공 및 체험관광 등을 효과적으로 접목시킨다면, 농업은 청년들에게도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경제학자인 토다로(Todaro)에 의하면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소득이 농촌의 평균소득보다 많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하고 도시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개척시대에 많은 이민자들이 금을 캐기 위해 무작정 서부로 떠났던 현상과 매우 흡사합니다. 따라서 도농간 인구이동으로 발생하는 실업문제를 장기적으로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농촌개발을 통해 비농업소득의 창출, 의료와 교육여건의 개선 및 기타 농촌 편의시설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상의 통계치와 도시경제이론이 시사하듯이 청년들을 전북농촌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주변의 군들을 묶어서 광역단위로 교육, 의료 및 생활여건을 현저히 개선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농업과 융복합된 사업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농촌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금맥을 캘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전라북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차원의 획기적인 정책배려가 필요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