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선 전북여류문학회 회장>오색 단풍이 춤추는 칠갑산(七甲山)정상에 올라
<양봉선 전북여류문학회 회장>오색 단풍이 춤추는 칠갑산(七甲山)정상에 올라
  • 김효정
  • 승인 2010.11.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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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90퍼센트였지만 마음을 다잡고 새벽에 일어났다. 칠갑산에 갈 준비를 하면서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며칠간 제법 쌀쌀하던 날씨가 전형적인 가을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허리디스크로 고생 중이라 복대를 메고 산행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디를 훌쩍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어 잠을 못 이뤘는데….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과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으나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니 조심해서 다녀오면 괜찮겠지?’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출발했다.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맘껏 즐기고 오자는 과장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칠갑산에 도착했다.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해발 561m의 칠갑산은 산정을 중심으로 산줄기가 일곱 군데로 뻗어 있고 또한 금강의 상류인 지천천(之川川)과 잉화천(仍火川)을 보고 일곱 군데의 명당자리가 있다고 하여 칠갑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산세와 울창한 활엽수림이 빼곡히 들어선 경관이 일품이며 계절 따라 뚜렷하게 달라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곳을 찾는 산행인 들에게 인기 만점인 곳.

가벼운 마음으로 일행을 뒤따르니 칠갑광장이 나온다. 드넓은 광장 저 멀리에 강직한 성품을 지녔던 독립운동가 면암 최익현선생의 동상이 우릴 반긴다. 조금 더 올라가자 국내 최고의 장비와 시설을 갖춘 칠갑산 천문대가 들어오라 손짓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자비정(慈悲亭)'에 다다라 정자를 보니 특이하게 7각정이다. 호기심이 발동해 올라가 건립년도를 보니 1998년에 세워졌고, 건립당시 군수인 정원영 님의 `자비정기'가 걸려 있다. 대개의 정자는 6각정이 아니면 8각정이 대부분인데 `자비정'은 7각정이라 신기했다. 잠시 쉬면서 허리 운동을 하다가 내려와 평평한 능선을 굽이굽이 걷다보니 울울창창한 숲 사이로 가파른 나무계단이 턱 버티고 서있다. 자신이 없어 그냥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주춤거리자 마음을 읽은 동료가 뒤에서 밀어주며 어서 오르라고 호통을 친다. 억지 춘향이가 되어 한 손은 허리를 부여잡고 한 손은 로프를 잡아가며 쉬엄쉬엄 286개의 나무계단을 오르니 칠갑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혼잡스러웠으나 땀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올라온 보람이 컸다.

고맙게도 먼저 온 동료가 깎아 준 단감 한 조각이 꿀맛이다. 주변 능선들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곳곳이 붉게 물든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눈이 부시다. 전체적인 산세는 부드러운 편이나 울창한 천연림을 보존하고 있으며, 사방으로 뻗어나간 산줄기와 골짜기는 예기치 못했던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연신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산새의 합창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 한없이 머물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며 내려왔다. 대천항 바닷가 횟집에서 나온 횟감도 일품,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일품이었다. 모두들 낙낙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바다가 보이는 정자로 올라가 앉자마자 즉석 합창단이 구성되어 김 칼린의 지휘아래 멋진 하모니를 이루면서 어린아이 마냥 까르르 웃고 뜻 깊은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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